대만 훙하이그룹이 일본 샤프의 중소형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부문 인수를 제안했다고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경영난에 몰린 샤프는 LCD 사업을 분할해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훙하이는 샤프가 분사할 예정인 중소형 LCD 사업 자회사의 주식 50% 이상을 취득하고 싶다는 의사를 샤프에 전달했다. 훙하이는 현재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샤프 관계사인 사카이디스플레이프로덕트(SDP)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번에 인수하려는 중소형 LCD 패널은 주로 태블릿, 스마트폰 등에 쓰인다.

훙하이는 샤프 액정 패널의 주요 고객인 미국 애플에 출자를 요청하고 자사를 중심으로 3개사가 공동 운영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훙하이는 지난여름부터 샤프와 중소형 LCD 사업과 관련한 제휴 협상을 진행해 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샤프의 액정 사업 부문은 2014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매출 9071억엔, 영업이익 301억엔을 거뒀으나 지난 1분기(4~6월)에는 137억엔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액정 패널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일본 내에서는 샤프의 중소형 LCD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훙하이로의 지분 매각에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 이를 감안해 샤프는 소니 히타치 도시바 등 3개사의 LCD 사업부가 합쳐져 탄생한 재팬디스플레이의 최대주주인 산업혁신기구와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훙하이나 재팬디스플레이가 샤프의 LCD 사업 부문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제휴 상대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훙하이가 샤프의 중소형 LCD 사업을 가져오면 애플, 샤오미 등 주요 고객사에 “스마트폰 등 제품을 위탁생산할 때 샤프 공장에서 만든 LCD 패널을 쓰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 이 경우 애플 등에 중소형 LCD 패널을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년 전쯤 중소형 LCD 사업에서 철수했고, 지금은 OLED 패널만 생산하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남윤선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