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제로금리(0~0.25%)를 유지하자 이젠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데 시간을 벌었으니 당장 내달에라도 금리를 내려 국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현재 금리수준이 명목금리 하한선에 도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발언해 바람을 넣었다. 일각에선 한술 더 떠 0.25%포인트씩 내려선 효과가 없다며 ‘깜짝 인하’를 주문할 정도다. 금리만 내리면 경제가 살아날 듯한 분위기다.

물론 중국 쇼크에 미국의 금리인상까지 겹칠 경우 신흥국 위기 우려마저 제기됐던 마당이다. ‘9월 위기설’의 배경이었다. 그런 점에서 Fed의 금리동결은 긍정적인 측면도 없진 않다. 하지만 올릴 때가 돼도 올리지 못해 오히려 Fed가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경제가 좋아지면 다시 나빠질까봐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안 좋으면 더 나빠질까봐 못 건드린다는 꼴이다. ‘제로금리의 덫’에 걸렸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이 나올 만하다. 0.25%포인트 인상조차 감내하기 어려울 만큼 세계 경제가 취약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 셈이다. 제로금리 중독증이다.

어쨌든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Fed는 한번 올리면 1년에 2~3%포인트씩 올려왔다. 그런 점에서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도대체 연 1.50%에서 얼마나 더 낮춰야 경기가 산다는 것인가. 한국은 양적 완화가 자유로운 선진국도 아니다. 어제 금융연구원 세미나에서 미국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는데 정반대의 금리인하로 대응하면 자본유출 우려가 커진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본란에서 수없이 지적했듯이 돈을 푼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로 무려 8조달러를 풀고도 달라진 것은 없다. 돈의 힘으로 주가와 집값은 밀어올릴 수 있어도 혁신과 생산성 향상까지 이끌어낼 순 없다. 오히려 인위적인 부양책은 ‘좀비기업’을 연명시켜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불황을 지연시킬 뿐이다(한경 9월21일자 A1, 8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