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바위
솥바위
대한민국 1세대 대기업 창업주들이 태어난 경남지역 생가가 관광코스로 개발된다. 이르면 연내 관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 의령군과 경남개발공사는 삼성그룹과 LG그룹, 효성그룹 창업주가 태어난 생가를 일명 ‘부자바위’로 알려진 의령의 ‘솥바위(鼎巖·정암)’ 전설과 연계해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21일 발표했다.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창업주의 생애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고 고양하기 위해서다.

관광상품 개발의 시발점이 된 의령 솥바위 전설은 조선말 한 도인이 ‘바위의 다리가 뻗은 세 방향 20리 내에 세 명의 큰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후 삼성과 LG, 효성 창업주가 이 근처 세 방향에서 태어났다.
'이병철·구인회·조홍제 생가' 관광코스 된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의 생가는 의령군 정곡, LG그룹 창업주인 연암(蓮庵) 구인회 회장의 생가는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 있다. 효성그룹 창업주인 만우(晩愚) 조홍제 회장의 생가는 인근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 있다.

‘부자 기(氣) 받기’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재물과 건강, 장수 등의 바람을 관광지와 접목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경남개발공사가 제안했다. 의령 솥바위에서 출발해 세 곳의 대기업 창업주 생가를 돌아보는 코스로 이뤄져 있다. 경남개발공사와 코레일이 철도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협약을 맺었고, 의령군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호암 생가는 솥바위에서 남강을 8㎞쯤 거슬러 올라가면 있다. 연암 생가도 솥바위에서 7㎞ 반경 안에 있다. 만우 생가가 있는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 역시 솥바위에서 8㎞쯤 떨어져 있다. 대기업 창업주 세 명 모두 솥바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나 자란 셈이다.

호암 생가는 지역 관광자원으로 이미 활용되고 있다. 이병철 회장 타계 20주기를 맞아 2007년 11월부터 일반에 완전 개방했다.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 광으로 구성된 생가는 1851년 이 회장의 조부가 전통 한옥 양식으로 건립한 것을 호암재단이 새로 단장했다.

문중과 그룹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연암 생가와 만우 생가는 일반에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연암 생가는 넓은 공간에 짜임새 있는 한옥으로 잘 관리된 정원수가 눈길을 끈다. 만우 생가는 고즈넉한 시골 마을 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어른 키 높이의 돌담이 한옥을 둘러싸고 있다.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이들에겐 손꼽히는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개발공사는 생가 개방에 일부 부정적인 견해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적인 운영 및 관리계획을 세워 소유주체와 협의하기로 했다. 이래호 경남개발공사 관광사업본부장은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생가터 방문을 앞으로는 체계적인 관광코스로 개발해 단체 관광객의 방문을 활성화하겠다”며 “특히 이번 상품이 재물운을 중시하는 중국 관광객에게도 주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령=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