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그랜드오페라의 ‘진주조개잡이’ 공연 모습. 국립오페라단 제공
미국 플로리다 그랜드오페라의 ‘진주조개잡이’ 공연 모습. 국립오페라단 제공
“그래, 그녀야. 여신이지. 더 매력적이고 아름다워(Oui, c’est elle. C’est la deesse. Plus charmante et plus belle)….”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의 테너·바리톤 듀엣곡 ‘성스러운 사원 뒤에서(Au fond du temple saint)’에서 두 남자의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첫 대목. 바리톤 공병우(주르가 역)의 안정감 있는 저음과 테너 헤수스 레온(나디르 역)의 청아한 미성이 조화로운 화음을 빚어냈다. 한때 한 여자를 두고 사랑싸움을 벌였던 두 친구가 깊은 우정을 약속하며 부르는 노래가 아름답게 울려퍼졌다.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진주조개잡이 미리보기’ 행사에서 두 남자의 서정성 짙은 이중창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일부 관객은 프리뷰 행사인데도 기립박수를 쳤다. 우아한 아리아들로 이름난 이 오페라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오페라 ‘카르멘’으로 잘 알려진 비제의 또 다른 대표작 ‘진주조개잡이’가 다음달 15~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국립오페라단 제작, 주세페 핀치 지휘, 장 루이 그린다 연출로 무대에 오른다.

1863년 9월30일 파리 ‘테아트르 리리크’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프랑스 특유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오페라로 꼽힌다. 고대 실론 섬(스리랑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삼각관계가 주요 줄거리다. 아름다운 여사제 레일라를 동시에 사랑하는 나디르와 주르가의 인물 설정은 단순하다. 하지만 우아하고 신비로운 선율의 아리아들이 단선적인 줄거리를 덮고도 남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음악성이 뛰어나다. 이국적인 배경을 채택하고 레치타티보(상황을 설명하거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대사 부분) 성격을 띤 아리아가 등장하는 등 19세기 프랑스 오페라의 특색도 엿볼 수 있다.

멕시코 출신 테너 헤수스 레온과 김건우가 나디르, 바리톤 공병우와 제상철이 주르가를 맡는다. 무녀 레일라 역은 소프라노 나탈리 만프리노와 홍주영이 함께 맡는다. 핀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베를린 국립극장에서 ‘카르멘’, 최근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에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지휘했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극장의 예술감독인 그린다는 뮤지컬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특색 있는 연출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원작에 충실하면서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길 수 있는 무대를 준비 중”이라며 “풍부한 색채감과 선을 강조하는 의상을 통해 동양적인 감각을 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