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음악으로 교감하고 위로하고…'멈춰진 삶'이 선율처럼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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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공연이 시작되자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술집에 들어간 여행자가 된 듯했다. 술집에 모인 거리의 뮤지션들이 기타와 아코디언, 만돌린 등으로 들려주는 합주는 어느새 여행자들(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이들의 어쿠스틱한 연주는 청소기 수리공과 체코 이민 여성이 나누는 순수한 사랑의 드라마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최근 막을 올린 뮤지컬 ‘원스’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영화 ‘원스’의 감동을 더 가까이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무대다. 소박한 아일랜드 전통 술집을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배우들의 합주는 여느 대형 뮤지컬 공연처럼 웅장하지도 않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는다. 대신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보는 것처럼 따뜻하고 섬세했다.
2006년 개봉한 동명의 아일랜드 음악영화가 원작이다. 더블린 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청소기 수리공 가이(guy)와 체코 이민자 걸(girl)이 우연히 만나 음악으로 교감하고 상처를 위로하면서 서로의 ‘멈춰진 삶’을 다시 흐르게 하는 내용이다. 2011년 뮤지컬로 재탄생한 원스는 다음해 미국 토니상 주요 8개 부문을 석권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윤도현 이창희 전미도 박지연 등이 주연한 한국어 공연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당시 국내 배우들의 무대도 호평을 받았지만 이번에 내한한 더블린 공연팀 배우들은 ‘뮤지션’ 그 자체다. 별도의 오케스트라 없이 12명의 배우가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고 연기한다.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아코디언 첼로 바이올린을 배우거나 밴드를 하고 있는 수준급 뮤지션이다. 그래서일까. 무대에서 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한다는 느낌을 준다.
음악을 만지는 듯한 몸짓과 노래는 남녀 주인공의 절제된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걸 역의 메간 리오든은 원작 영화의 걸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사랑스럽다. 체코 억양을 살린 어눌한 대사도 맛깔나다.
걸은 가이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의 삶도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조연들은 각자의 존재감을 분명하고도 유쾌하게 드러낸다.
가이가 마음과 영혼을 담아 지은 ‘Falling Slowly’와 ‘Leave’ 등을 원어로 노래하고 연주하는 장면에서 큰 감동이 밀려왔다.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오는 11월1일까지, 5만~13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최근 막을 올린 뮤지컬 ‘원스’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영화 ‘원스’의 감동을 더 가까이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무대다. 소박한 아일랜드 전통 술집을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배우들의 합주는 여느 대형 뮤지컬 공연처럼 웅장하지도 않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는다. 대신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보는 것처럼 따뜻하고 섬세했다.
2006년 개봉한 동명의 아일랜드 음악영화가 원작이다. 더블린 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청소기 수리공 가이(guy)와 체코 이민자 걸(girl)이 우연히 만나 음악으로 교감하고 상처를 위로하면서 서로의 ‘멈춰진 삶’을 다시 흐르게 하는 내용이다. 2011년 뮤지컬로 재탄생한 원스는 다음해 미국 토니상 주요 8개 부문을 석권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윤도현 이창희 전미도 박지연 등이 주연한 한국어 공연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당시 국내 배우들의 무대도 호평을 받았지만 이번에 내한한 더블린 공연팀 배우들은 ‘뮤지션’ 그 자체다. 별도의 오케스트라 없이 12명의 배우가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고 연기한다.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아코디언 첼로 바이올린을 배우거나 밴드를 하고 있는 수준급 뮤지션이다. 그래서일까. 무대에서 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한다는 느낌을 준다.
음악을 만지는 듯한 몸짓과 노래는 남녀 주인공의 절제된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걸 역의 메간 리오든은 원작 영화의 걸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사랑스럽다. 체코 억양을 살린 어눌한 대사도 맛깔나다.
걸은 가이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의 삶도 조금씩 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조연들은 각자의 존재감을 분명하고도 유쾌하게 드러낸다.
가이가 마음과 영혼을 담아 지은 ‘Falling Slowly’와 ‘Leave’ 등을 원어로 노래하고 연주하는 장면에서 큰 감동이 밀려왔다.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오는 11월1일까지, 5만~13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