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조국 혁신위원회 위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상곤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조국 혁신위원회 위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상곤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문재인 대표와 전직 대표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당 열세지역 출마를 요청하는 등 자기희생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하급심 유죄판결자의 공천신청 포기, 해당(害黨)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 및 탈당자의 복당 불허 등도 요구했다. 중진을 겨냥해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공천 원천배제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당사자들이 반발하거나 수용하지 않겠다고 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 혁신위 "문재인 부산 출마…안철수·김한길 열세지역 가라"
104일 동안의 활동을 마친 혁신위는 23일 국회에서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복지정당, 수권정당의 기틀을 닦기 위해 문 대표(부산 사상)에게 총선 불출마를 철회하고 부산에 출마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정세균(서울 종로), 이해찬(세종시), 문희상(경기 의정부갑), 김한길(서울 광진갑), 안철수(서울 노원병) 의원 등 전직 대표들이 살신성인을 실천하기 위해 열세지역 출마를 비롯한 당의 전략적 결정에 따라달라”고 촉구했다.

문 대표는 부산 출마 요구에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안 의원은 “정치인은 지역주민과의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열세지역 출마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혁신위는 탈당과 신당은 최대의 해당 행위라며 관용 없는 결단을 내리길 당에 요구했다. 공개적으로 탈당 및 신당 창당이나 합류를 선언한 사람의 당적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어떠한 형태의 복당도 불허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 내에선 최근 탈당한 뒤 각각 신당 창당을 선언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와 박주선 무소속 의원, 천정배 무소속 의원, 정동영 전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혁신위는 또 문 대표의 용퇴를 비롯해 현 지도부를 공격해온 조경태 의원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정권과 싸우지 않고 오히려 당의 정체성을 흔들고 당원을 모독하며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왔다”며 “강력한 조치를 당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당 대표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한 게 해당행위라면 이 당은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 문 대표 개인을 위한 사당(私黨)이냐”며 “반민주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과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반발했다.

혁신위는 또 이날 당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11차 혁신안도 발표했다. 혁신안은 1심이나 2심 등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선거 후보자를 공천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당규로 신설하는 등 공직선거후보자 부적격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현행 기준은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성범죄, 개인비리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도록 돼 있다. 또 유죄 판결 없이 기소된 경우에만 정밀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박지원 의원과 김재윤 의원은 공천심사에서 원천 배제된다. 또 현재 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계륜, 신학용 의원은 정밀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박 의원은 “검찰에 우리 당의 공천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