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용감한 바보였다”고 하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스토리다. 그는 “직원 4명을 데리고 한국콜마를 세운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태평양,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 코리아나 등 화장품업체들이 기획부터 제조 유통까지 다 직접 하는 구조였다”며 “미국 일본 등에서는 제조와 판매를 구분했고, 그러면 업계의 전반적인 품질이 향상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이 사업모델은 겉으론 화려하지 않았지만 실속이 컸다. 제약회사에서 갈고닦은 품질경영 노하우는 곧 업계에서 인정받았다. 매년 평균 20% 이상 매출이 늘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글로벌 강소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유니레버 등 전 세계 500여개 업체가 이 회사에 화장품 기획과 개발, 완제품 생산, 품질관리, 출하 등을 맡긴다.
직원 4명으로 회사를 차린 지 2년 뒤인 1992년 그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고객사 주문을 받아 단순히 제작(OEM)만 하는 것으론 미래가 없고 기획·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현재 한국콜마 직원 1000여명 가운데 30% 이상이 연구원이다. 연구소가 11개다. 연 매출의 6% 이상을 신소재나 신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윤 회장은 “ODM 기업의 정체성은 R&D와 품질경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의약품업계에서 통용되던 GMP(우수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를 화장품업계에 처음 도입한 것도 한국콜마다. 이데베논을 활용한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은 2013년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 시장이라는 날개를 달고 이 회사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세종시에 단일 공장으로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화장품 공장을 지었다. 기초화장품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과거에는 연간 8000만개 기초화장품을 만들 수 있었는데 이제는 2억4000만개를 만들 능력을 갖췄다. 색조화장품 공장도 넓혀 짓는 중이다. 내달 중 증축이 끝나면 연간 생산능력은 3600만개에서 50% 늘어난 5400만개로 증가한다. 2007년 설립한 중국법인 베이징콜마의 생산능력도 2400만개에서 오는 11월 1억2000만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윤 회장은“올해 경영 방침은 시이리(是而利), 곧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