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상사 연구의 권위자인 거자오광(葛兆光) 중국 푸단대 교수(65)는 ‘사상사의 새로운 글쓰기’를 주창해왔다. 시대별로 탁월한 사상가와 경전을 설명하는 엘리트 중심의 지식사에서 벗어나 일반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비석문과 공문서, 족보, 편지 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1994년부터 이런 시각과 접근 방식으로 중국 사상사를 새로 쓰는 작업에 들어가 1998년 《중국사상사》상권, 2001년 하권을 펴냈다. 일반 사람들의 지식과 생각, 신앙세계를 사상사 영역에 포함시켜 저술한 그의 책들은 중국 학계에 파장과 논쟁을 일으켰고, 사상사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사상사》한글 번역본이 완간됐다. 2013년 5월 상권과, 상·하권 서두의 도론(導論) ‘사상사의 서술방법’을 함께 수록한 1권이 나온 데 이어 최근 하권과 저자의 한국판 서문을 담은 2권이 출간됐다. 시기적으로 1권은 하·상·주나라의 상고시대부터 당나라 초기인 7세기 직전까지, 2권은 7세기 초부터 1895년까지 중국의 지식과 사상, 신앙세계를 다뤘다. 2권은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8~10세기 당의 국가 권위와 사상 질서 재건 과정에서 발생한 중국 불교의 전환과 사상사의 재인식을 다룬 ‘권력, 교육과 사상체계’편, 송나라 시대 성리학의 발전 과정을 주로 묘사한 ‘이학 탄생의 전야의 중국’편, 명·청 사상사의 배경을 논하는 ‘천하에서 만국으로’편이다. 1권과 같이 사상가와 경전 위주로 구분한 교과서식 사상사에서 탈피해 논제 중심으로 서술했다. 저자는 일반 지식과 신앙세계의 내용을 중요한 논제로 다룸으로써 엘리트 사상이나 경전 사상에 치우친 기존 사상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