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일파만파] "몰랐다"던 빈터코른 CEO 결국 사퇴
폭스바겐 배기가스량 조작 사태의 책임을 지고 23일(현지시간) 사임한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한때 ‘혁신 전도사’로 불렸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각종 원가절감 기술을 도입한 덕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2007년 취임하면서 자신이 밝힌 “2018년까지 폭스바겐을 세계 자동차업계 1위에 올려놓겠다”던 목표를 3년이나 앞당겼다.

그러나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18일 폭스바겐 디젤차가 배기가스량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리콜을 명령하자 업계는 빈터코른이 이룬 혁신 뒤에 속임수가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빈터코른은 사임하면서 “CEO로서 어떤 부정 행위도 알지 못했지만 회사를 위해 사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또한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1947년 독일 레온베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금속공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딴 ‘자동차통(通)’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쉬에서 1981년 폭스바겐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뒤 줄곧 폭스바겐을 지켜왔다.

‘폭스바겐 스캔들’이 드러나기 전까지 빈터코른은 성공적인 CEO란 평가를 받았다. 2007년 CEO 자리에 오른 뒤 폭스바겐이 제작한 모든 차량을 직접 몰아보고 개선점을 건의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지난 4월에는 창업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셰의 손자이자 폭스바겐그룹 일인자였던 페르디난트 피에히 이사회 의장을 밀어내고 CEO 겸 회장에 취임했다. 회사를 장악한 지 5개월 만에 불미스럽게 사퇴한 것이다.

후임 CEO로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마티아스 뮐러 포르쉐 스포츠카 사업부문 대표(62)가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뮐러 대표는 창업자 일가와 노동조합 지도자들로부터 두루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