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사유나 시기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적혀 있어 근로자가 대응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면 이메일로 해고를 통지해도 적법하다는 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서면이 아닌 이메일 해고통지가 유효하다고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민모씨가 “부당해고로 인정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재판부는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관리업체에서 일하던 민씨는 2013년 7월 업무태만과 상사지시 불복종, 법인카드 남용 등을 이유로 해고됐다. 회사는 대표이사의 인감이 찍힌 해고통지서를 스캔한 뒤 이메일에 첨부해 민씨에게 보냈다. 민씨에게 전화해 수신 여부를 확인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민씨는 이메일로 알린 게 부적법한 데다 해고 이유도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 원심은 회사의 해고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적법한 해고통지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3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메일의 형식과 작성 경위 등에 비춰 사용자의 해고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이메일에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됐다”며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면 이메일 통지라는 이유만으로 서면에 의한 통지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해고 사유 등을 서면 통지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효하다”며 “민씨가 내용을 전달받고 바로 구제 신청을 하는 등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적법한 해고통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