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외곽에서 24일 이슬람권 성지순례(하지) 기간 순례객들이 밀집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 최소 717명이 압사했다.

사우디 국영TV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오전 메카로부터 약 5㎞ 떨어진 미나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로 적어도 717명이 숨지고 805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지난 11일 사우디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 증축공사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강풍에 무너져 최소 107명이 사망하고 230여명이 부상한 지 13일 만에 또 다른 참사를 겪게 됐다.

사우디 구조당국은 트위터를 통해 현재 미나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으며 순례객들이 사고 지점을 피해 우회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22일 시작된 성지순례에서 이슬람교도 수십만명이 미나에서 하지 행사 중 하나인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에 참가하던 중 발생했다고 목격자는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에서는 한꺼번에 좁은 공간에 인파가 몰리면서 대형 압사사고가 종종 발생했다. 2006년 1월에도 메카 인근에서 압사사고로 362명이 숨졌다. 2004년엔 244명이 숨지는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1990년에도 순례객 14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압사사건이 발생했다.

성지순례는 이슬람교도가 지켜야 하는 다섯 가지 기둥(실천영역) 중 하나로 평생 한 번은 이를 수행하는 것을 종교적 의무로 여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