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햄 특선세트(왼쪽)와 경희보감 홍삼정. / 출처= 각 홈페이지
건국햄 특선세트(왼쪽)와 경희보감 홍삼정. / 출처= 각 홈페이지
[ 김봉구 기자 ] 축산 관련 학과가 유명한 건국대의 ‘건국햄’, 한의학이 강한 경희대의 ‘경희보감’, 예술 분야 전통을 살려 국악기를 생산·판매하는 중앙대 학교기업 ‘아리’. 추석 연휴를 맞아 대학산(産) 선물세트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색다른 제품을 찾는 수요와 대학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이 맞물린 덕이다.

27일 대학들에 따르면 저마다 강점을 발휘해 추석 선물세트 판매에 나섰다. 대학의 특성화 분야나 지역 특산물이 핵심 아이템이다. 주요 타깃은 교직원이나 동문들이지만 백화점, 대형마트에서도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학교명을 달고 나가는 제품의 생산업체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우선 연세우유·건국유업·삼육식품 같은 학교 재단의 수익사업체가 있다. 또 하나는 학교기업이다. 각 대학의 연구·개발(R&D) 성과나 기술을 활용해 설립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산학협력 기반에 사업 주체가 학교란 차이점이 있다.

◆ 추석선물에 담아낸 '특성화·특산물'

학교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영리업체인 만큼 명절을 겨냥한 선물세트 프로모션이 치열했다.

홍삼정, 경진단, 오가피진액 등 경희보감 브랜드 제품군을 생산하는 경희대 한방재료가공 학교기업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전품목 15% 할인 판매 중이다. “추석을 맞아 특가로 선보였다”고 귀띔했다. 중앙대 학교기업 아리도 추석맞이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가야금 30대 한정 4만원 할인 이벤트다. 명절 시즌 전통악기 수요에 착안했다.

강원대 자회사 에코포리스트는 한가위 선물세트를 마련해 할인 판매하고 있다. 학교 보유 학술림에서 나는 백령잣은 농림축산식품부 무농약 인증을 받은 대표 제품이다. 주로 견과류와 곡류 제품을 다룬다. 경상대 학교기업 가스트(GAST)는 최고 등급(1++) 한우를 직접 사육해 판매한다. 진주농과대학으로 시작해 생명과학 분야에 강점이 있는 학교 특성을 살린 것이다.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선물세트도 눈에 띈다. 학교기업 영동대벤처식품㈜는 지역(충북 영동) 주요작물인 포도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았다. 이 대학 식품공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주축이 된 학교기업으로 포도즙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추석을 맞아 9월 한달간 전제품 20% 할인했다. 전북 순창 인근의 전주대 학교기업은 ‘궁중약고추장’을 직접 담가 판매한다. 전통 순창 고추장에 꿀, 쇠고기, 배즙, 참기름 등을 첨가해 현대인 입맛에 맞췄다.
강원대 에코포리스트의 잣세트(왼쪽)와 영동대벤처식품의 포도즙. / 출처= 각 홈페이지
강원대 에코포리스트의 잣세트(왼쪽)와 영동대벤처식품의 포도즙. / 출처= 각 홈페이지
◆ 백화점·대형마트에서도 잘 팔린다

대학 브랜드라고 해서 학내에서만 팔리는 건 아니다. ‘해미야미’ 브랜드를 단 전북대햄은 롯데백화점 올가 매장, 전국 초록마을 매장 등에서 판매된다. 건국햄 역시 홈플러스·하나로마트·롯데슈퍼 등에 판로를 뚫었다.

프리미엄 수제햄 세트가 주력인 건국햄은 소시지의 본고장인 독일에서 마이스터 인증을 받은 사실을 앞세웠다. 반응도 좋다. 햄 세트 명절 판매액만 30억원 가량 된다. 동문 구입 비율은 20~25% 정도다. 건국유업 마케팅팀 최재영 과장은 “국내 1호 인증을 받은 임성천 마이스터의 지도 아래 정통 독일식 숙성·훈연 방법으로 맛을 냈다”며 백화점에서도 통하는 품질임을 강조했다.

물론 명절 때가 되면 학내 수요가 늘어난다. 이번 추석을 맞아 햄 세트 3500개를 한정 수량으로 판매 중인 전북대햄 관계자는 “아무래도 평소보다 교직원이나 동문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며 “무항생제 친환경 육제품이란 점을 어필하고 있다. 기성제품과 비교하면 학교 브랜드 제품에 대한 신뢰감이나 애교심이 장점인 것 같다”고 전했다.

각 대학 연구력이 집중돼 ‘믿을 만한 제품’이란 인식을 주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경상대 가스트는 학교 교수진이 개발한 DNA 분석 키트를 이용해 한우의 생산 이력을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영동대벤처식품은 저온 열처리 특허기술로 포도를 그대로 짜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즙은 맛이나 향, 색깔뿐 아니라 영양과 품질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 학교이름 의존말고 제품 질 높여야

와인은 명절 선물의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대학을 가리지 않고 많이 취급한다. 와인이 갖고 있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취향도 덜 타기 때문이다. 개인용 선물을 포함해 각종 행사 의전용 등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다.

대학마다 와인숍을 통해 해외 와이너리에서 수입, 학교 라벨과 케이스를 별도 제작한다. 서울 신사동 와인타임은 연세대, 동교동 에스텔라는 중앙대의 와인 유통·판매를 맡았다. 숙명여대 등 몇몇 대학은 특정 업체를 통하지 않고 블라인드 테스트로 선정한 와인을 추석 선물로 내놨다. 서강대 등 가톨릭 계열 대학들도 중세 유럽 수도원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와인 전통이 깊다.

고려대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부속 덕소농장을 십분 활용했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쌀과 참기름 등이 인기다. ‘고대참기름’은 국내산 참깨를 전통적 압착 방식으로 생산해 품질을 보증했다. 동국대도 양·한방을 같이 운영하는 일산병원 인프라를 바탕으로 만든 홍삼류, 정로환 등 학교기업 제품들이 명절 선물로 나간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 재정을 학생 등록금에만 의존하지 않으려면 수익사업이 필요하다. ‘학교 이름 걸고 장사한다’면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학 브랜드나 후광 효과에 기대는 식은 곤란하다”며 “동문들, 나아가 일반인도 기꺼이 지갑을 열 만큼 질 좋은 제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1. 1

    복부 다친 남성, 응급실 10곳서 거부당해…4시간 만에 치료

    연휴 사흘째이자 추석을 하루 앞둔 16일 복부를 다친 환자가 응급실 10여곳에서 거부당해 4시간 넘게 치료받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1분께 대전 동구 한 아파트에서 가족과 말다툼하던 60대 남성 A씨가 자해했다. 이 사고로 A씨는 복부에 30cm 크기, 1cm 깊이의 자상을 입었다.경찰의 공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대전 지역 의료기관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환자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이후 대전과 충남 논산, 천안 지역 의료기관 10곳으로부터 ‘진료 불가’라는 답변받은 뒤 천안의 한 병원으로 A씨를 이송했다.A씨는 사고 발생 약 4시간 10분 만인 오후 5시 41분께 병원에 옮겨져 치료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지난 14일 충남 논산에선 이틀 전 부러진 갈비뼈 때문에 숨을 쉬기가 거북하던 90대 여성이 병원 다섯 곳에서 거절당한 끝에 병원 치료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2. 2

    1호선 독산역 전동차서 연기…열차 운행 10분 지연

    서울 금천구 수도권 전철 1호선 독산역 전동차에서 연기가 발생했다.16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10분께 하행선 전동차 밖 지붕의 전기 공급장치에서 연기가 나면서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이에 따라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전동차에 있던 승객 약 300명은 뒤이어 오는 열차로 갈아탔다. 이 과정에서 열차 2대가 약 10분가량 지연됐다.코레일은 전동차를 기지로 보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3. 3

    회사에서 설마했는데…"이게 무슨 냄새야?" 경악 [김대영의 노무스쿨]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에 없던 사내 고충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땀냄새가 심한 직장 동료 탓에 괴롭다는 사연이 적지 않게 터져 나왔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잘 씻으라"라거나 "더럽다"고 망신을 줬다간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 '더러운 상사' 때문에 "힘들다" 고충 토로16일 업계에 따르면 한 회사 커뮤니티 페이지에서 최근 '더러운 상사' 때문에 괴롭다는 사연이 올라와 직장인들 간 논쟁이 일었다. 이 사연의 핵심은 같은 회사 상사가 더럽다는 고충이다. 사연을 올린 작성자는 "(상사에게서) 암내는 기본이고 덜 말라서 꿉꿉한 냄새가 옷에서 난다"며 "일단 머리를 잘 안 감고 기본적인 위생을 안 지킨다"고 토로했다. 그는 "(상사가) 책상을 닦는 걸 본 적이 없고 그래서 책상 마우스, 키보드 다 번들거리는 데다 양치도 잘 안하고 손도 잘 안 씻는다"며 "결재 올리면 간섭하신다고 마우스, 키보드 등 제 물건을 만지시니 그때마다 번들거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뾰족한 수가 없을지 고민을 털어놨다. 이 게시글은 조회수가 1만회를 넘겼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게시글을 본 다른 직장인들은 "우리 회사에도 그런 분이 있다", "회사마다 그런 상사 꼭 있다"는 등의 공감을 표했다. "예민하다" vs "타인을 배려해야" 논쟁도논쟁도 벌어졌다. 한 직장인은 "만약 누가 '너무 깔끔해요, 좀 더럽게 사세요'라고 하면 따를 거냐"라며 "이런 글을 쓴 것 자체가 '내가 맞고 상대는 틀리다'는 건데 그런 마음가짐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