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과도한 국내 주식투자 비중은 비슷한 규모의 해외 연기금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나타난다.

미국 최대 공적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이 주식 분야에 투자하는 자금은 총 1283억달러(약 150조원). 이 중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자금은 660억달러로 51% 정도다. 나머지 49%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종목에 투자한다. 미국 증시와 해외 증시에 절반씩 운용하는 셈이다. 사실 캘퍼스는 미국 시장에만 투자해도 운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글로벌 증시에서 미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하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더라도 수급에 영향을 미치거나 특정 종목군의 업황 부진에 휘청일 가능성도 작다.

하지만 캘퍼스는 국가 리스크를 줄이고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 우량 종목을 고르게 담는다.

다른 나라의 연기금은 대부분 자국 투자 비중이 10%에 못 미친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연기금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자국 주식투자 비중이 7.3%에 그친다. 선진국에 37%, 신흥시장에는 5.9%가량 투자한다. 아부다비투자청(ADIA), 싱가포르투자청(GIC), 일본 공적연금(GPIF) 등 세계 최대 수준의 국부펀드들도 모두 자국 주식투자 비중이 6% 이하다. 국내 한 연기금 관계자는 “포트폴리오의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국민연금의 국내외 투자 비중은 상당히 기형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가 전체적인 위험 관리 측면에서 본다면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대기업의 해외 경쟁자나 보완관계, 대체관계에 있는 기업들에 좀 더 투자하고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주요 산업의 업황 변화 등을 헤지하며 안정적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5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글로벌 5위의 초대형 기금으로 성장했지만 당분간 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훨씬 많은 연금보험료 수급 구조에 비춰볼 때 이후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날 전망이다. 2020년 850조원을 넘어서고 2043년에는 2561조원에 달하게 된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유가증권+코스닥)은 1400조원 정도다.

고경봉/유창재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