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주거래고객 겨냥 패키지 상품 최초 출시
신한·KEB하나·KB국민·NH농협은행도 경쟁에 합류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고객들은 기존의 자동이체를 변경하는 데 따른 절차적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전환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은행의 입장에선 고객의 이탈이 많아지고, 저원가성 예금의 변동성이 증가해 수익이 악화하는 것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격변 가능성이 큰 수시입출금 계좌는 2억좌에 이른다.

관련 예금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225조원에 달한다.

자동이체건수는 26억1천만 건으로 금액은 799조8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수시입출금 상품은 0.1% 수준의 낮은 금리로 값싸게 조달해 많게는 5~7%에 이르는 대출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은행권이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차)'을 늘릴 수 있는 주요 수단인 셈이다.

연간 800조원에 이르는 시장을 두고 앞으로 은행들의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면 예금 금리의 상승과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조달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소비자의 편익이 향상되겠지만 은행간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계좌이동제 시행 후의 시장 쟁탈전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각자 나름으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입출식통장과 신용대출, 신용카드를 하나로 묶은 주거래고객 상품 패키지를 은행권 최초로 내놓았다.

이후 3차례에 걸쳐 예·적금, 통장대출 등을 출시해 패키지를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이렇게 강화해 온 주거래 패키지 라인업을 최근 '우리웰리치주거래패키지'라는 브랜드로 발전시켜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영업전략을 한층 체계화했다.

23일까지 주거래통장 실적이 계좌수 92만8천좌, 판매 잔액 1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영·유아기부터 은퇴 후 연금수령기까지 아우르는 '생애주기별 서비스' 라인업을 구축하는 등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들의 금융 수요가 연령대별로 다른 점을 반영한 '투 트랙' 전략으로 계좌이동제에 대비하고 있다.

40대 이하 직장인이나 주부 고객을 겨냥해선 급여이체나 생활거래(공과금, 카드결제)시 수수료·금리 혜택을 주는 '신한 주거래 우대 패키지'를 개발했다.

50대 이상의 연금수령 준비 고객을 위해서는 '신한 미래설계 통장'을 준비해 놓고 있다.

7월 13일 출시한 주거래 우대통장과 미래설계 통장은 지난 24일까지 총 50만4천좌에 잔액기준으로 1조4천800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1일 통합 출범한 KEB하나은행은 수시 입출금 통장과 개인 신용대출, 적금, 카드 등 4가지 상품을 패키지로 묶어 수수료 면제,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대표 상품으로 밀고있는 입출금 통장인 '행복knowhow 주거래 우대통장'은 지난 23일까지 131만 계좌, 잔액 2조6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KEB하나은행은 10월 초에 하나금융그룹 멤버십과 연계한 전용카드와 우대적금 상품 등을 추가 출시해 패키지의 범위를 넓혀 고객 유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고객 수가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말 통장·카드·적금·대출을 묶은 'KB국민ONE라이프 컬렉션'을 선보였다.

수시입출금 통장인 'KB국민ONE통장'은 이달 22일까지 21만 계좌, 4천800억원에 이르는 실적을 올렸다.

후발 주자들도 추격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15일 주거래 고객에게 우대금리와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NH주거래우대 패키지'를 출시했다.

씨티은행은 자산 운용 규모에 따라 큰 금리 혜택을 주는 데 집중한 '씨티 자산관리 통장'을 지난 21일 내놓았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이달 중으로 '360 리워드 포인트'를 최대 100만 포인트까지 제공하는 행사로 고객 유치 경쟁에 가세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