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콤 특수기동대 출동"…육현표의 메기론
최근 서울 중구 순화동 에스원 본사에서는 특이한 행사가 열렸다. 석 달 동안 전국 지사에 파견되는 본사 직원 52명에 대한 환송회였다. 회사 측은 이들이 거주할 오피스텔을 얻어줬다. 육현표 사장은 “인사고과는 알아서 챙겨줄 테니 현장에서 뭘 바꿀 수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이들의 별칭은 ‘세콤 스와트(SWAT·특수기동대)’. 에스원 보안상품인 세콤의 이름을 딴 ‘세콤 특수기동대’다.

적지 않은 인원을 지방 현장에 내려보낸 것은 세콤에서 처음이다. 보안업계는 부동의 1위 에스원의 ‘현장중심 혁신’에 긴장하고 있다. 에스원의 시장 점유율은 55%로 2위(ADT캡스)의 두 배에 가깝다.

○메기론과 세콤 스와트

세콤이 특수기동대를 조직해 전국에 내려보낸 것은 “1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늘 긴장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육 사장의 방침 때문이다. 육 사장은 “에스원이 오랫동안 업(業)의 변화 없이, 큰 부침을 겪지 않고 보안시장 1위를 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혁신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찾기에 고민하던 중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메기론’을 접목한 것이다. 메기론은 포식자인 메기를 미꾸라지 무리 속에 함께 넣어두면 미꾸라지들이 생존을 위해 더욱 강해진다는 이론이다. 육 사장은 “세콤 스와트가 에스원의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업무를 시작한 세콤 스와트는 연구소, 마케팅, 교육, 경영지원 인력으로 구성됐다. 경기 영남 호남 등 전국으로 흩어져 영업 및 고객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연구 인력은 ADT캡스 KT텔레캅 등 다른 업체와 에스원의 시스템을 비교 분석한다. 교육 인력은 현장 영업사원이 소비자에게 신상품을 제대로 홍보하는지 점검한다. 경영지원 직원은 현장 지원을 제때 할 수 있도록 구매 물류 재무 등을 파악한다. 세콤 스와트는 매일 활동보고서를 작성하며 이들의 기록은 올해 말 ‘에스원 혁신보고서’로 발표될 예정이다.

○“혁신의 답은 현장”

지난해 말 취임한 육 사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과 삼성경제연구소 전략지원총괄 사장 등을 지낸 ‘기획통’이다. “기획은 현장이 바탕이기 때문의 혁신의 답은 늘 현장에 있다”는 게 육 사장의 지론이다.

그의 진두지휘 아래 에스원은 현장 중심형의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는 취임 후 9개월 동안 전국 90개 지사를 찾아가 임직원 1400여명을 만났다. 육 사장이 이동한 거리만 1만252㎞, 서울과 부산을 18번 왕복한 셈이다.

지난 7월에는 ‘명예지사장 제도’를 통해 본사 간부 95명을 넉 달 동안 현장 지사의 명예지사장으로 위촉했다. 지역 지사장과 같은 업무를 시킨 뒤 본사 간부의 시각으로 현장 문제 및 개선점을 찾겠다는 취지다.

육 사장은 기존 보안사업 외에 차세대 먹거리 찾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 건물관리사업 브랜드 ‘블루에셋’을 선보였다. 부동산 컨설팅부터 자산관리와 시설관리, 에너지 효율화, 보안 서비스를 아우르는 프리미엄 부동산 종합 서비스다. 기존 건물관리에 치중하는 부동산자산관리 업체와 달리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