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다국적 제약사 CEO…18년 재임, 김진호 GSK 회장 연말 물러난다
국내 최장수 다국적 제약사 수장을 맡아온 김진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한국법인 회장(사진)이 올해 말 현업에서 물러난다.

김 회장은 1997년 GSK 한국법인(당시 한국그락소웰컴)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18년간 대표 자리를 지켰다. 다국적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온 다국적 제약사가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외국인 대표가 당연시되던 시절 처음으로 한국인이 다국적 제약사 대표를 맡아 화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영진약품 창업주 고(故) 김생기 회장의 차남이다. 2세 경영자 자리가 보장돼 있었으나 ‘월급 CEO’를 택했다는 점도 독특한 이력이다. 김 회장은 GSK의 ‘장기집권 기간’에 작지 않은 성과를 냈다. 매출을 15배 이상 불렸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다국적 제약사 매출 1위도 달성했다. 2013년에는 GSK 그룹 내 수석부사장(SVP)으로 승진했다. 이후 GSK 한국법인이 속한 북아시아지역본부(한국 대만 태국)를 함께 총괄해왔다. 김 회장은 올초까지 다국적제약산업협회(KRPIA) 회장을 겸임했다.

GSK 관계자는 “올해 65세로 고령인 김 회장이 12월31일자로 자연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며 “김 회장이 스스로 퇴임을 결정해 GSK 본부 임원들과 대화도 마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퇴임 이후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GSK는 덧붙였다. 내년부터 홍유석 사장이 GSK 한국법인을 총괄 운영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이날 퇴임 관련 자료를 내고 “선진 제약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음으로 양으로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