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열린 제2회 K뮤직페스티벌 폐막 공연 ‘산조의 밤’에서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시나위’를 연주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열린 제2회 K뮤직페스티벌 폐막 공연 ‘산조의 밤’에서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시나위’를 연주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한국에 K팝이나 ‘강남스타일’뿐 아니라 다양한 깊이를 지닌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무대였어요. 전통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음악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새들러즈 웰스 극장에서 전통 국악 무대를 마지막으로 폐막한 ‘제 2회 K-뮤직 페스티벌’ 무대를 본 로빈 댄슬로 영국 가디언지 기자의 소감이다.

2013년 6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런던에서 열린 K뮤직페스티벌은 한국 음악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주영 한국문화원과 영국 공연기획사 시리우스가 공동 기획한 음악축제다. 올해는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런던 각지에서 7개 팀이 8회 공연하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한국 음악을 소개했다.

국악연주 그룹 ‘숨’은 피리와 가야금 등 전통악기로 창작곡을 연주했다. 3인조 국악그룹 잠비나이는 국악기와 양악기를 조합한 퓨전국악을 선보였다. 소리꾼 남상일과 박애리는 대중가수이자 무용수인 팝핀현준과 함께 판소리 무대를 꾸몄다. ‘홍대 인디밴드 1세대’인 록밴드 노브레인과 복고풍 아카펠라 3인조 바버렛츠도 한국 음악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마지막 공연 ‘산조의 밤’은 국립국악원의 정악과 무용 무대로 꾸며졌다. 영국에서 한국 정악 공연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악 실내악 모음곡 ‘천년만세’는 거문고를 중심으로 대금 피리 해금 장구가 정갈하면서도 풍성한 소리를 들려줬다. 이어 기악 독주곡인 산조가 춤과 함께 펼쳐졌다. 국립국악원 무용수 이주리 씨가 진양조에서 중모리 자진모리로 빠르기가 변하는 산조의 특징을 춤사위로 표현했다.

마지막 곡은 장단의 흐름만 정해놓고 여러 악기가 각각 독립적인 가락을 연주하는 즉흥곡 ‘시나위’였다. 우아하고 서정적인 가락이 흐르다가 소리가 점점 커지며 풍성한 소리를 내자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공연장에는 일반 관객 외에도 현지 언론 기자와 음악 프로듀서 등 음악산업 관계자가 여럿 참석했다. 공연이 끝나고 만난 음악전문지 송라인즈의 사이먼 브리틀 편집장은 “아름다운 절제미를 보여준 무대”라며 “영국인에게 K팝의 뿌리를 알게 해 준 공연이었다”고 평했다. 김갑수 주영 한국문화원장은 “축제가 한국 음악인들이 유럽에 진출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며 “잠비나이는 최근 영국에서 음반 발매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용호성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은 “K팝 공연이 아닌데도 영국 민간 공연기획사가 이번 축제 기획에 나선 것은 우리 국악이 현지 음악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서양 고전을 소재로 한 국악극으로 외국 순회 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전통 한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런던=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