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에 끌려다니는 환경부
환경부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디젤차 배출가스를 조작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어느 범위까지 조사하는지가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환경부는 이 자리에서 “유로6 기준의 폭스바겐 차량뿐 아니라 유로5 기준 차량도 조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만 해도 “유로6용 차량만 조사하겠다”는 입장에서 180도 바뀐 것이다. 당시 환경부는 ‘유로6뿐 아니라 유로5 기준의 차량도 조사해야 한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대해 “문제가 된 폭스바겐의 차량에 달린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유로6 엔진에 장착된 만큼 유로6 기준의 차량만 조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계속해서 배출가스를 조작한 차량은 모두 유로5 기준이라고 발표하자 뒤늦게 유로5 차량까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기자들이 입장을 선회한 이유를 묻자 환경부는 바뀐 게 없다고 답변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자발적으로 유로5 기준 차량을 리콜(시정조치)하기로 한 만큼 유로5 기준의 차는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조사할 필요성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폭스바겐이 국내에서 리콜을 하지 않았으면 국내 소비자를 위해 적극 조사에 임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에 끌려다니면서 법 조항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부는 “배기가스 조작과 관련 차량 소유자가 리콜을 거부하면 강제 리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환경보전법 70조1항에는 “환경부 장관 등은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자동차 소유자에게 개선을 명할 수 있고 자동차 소유자가 확인검사를 받지 않으면 10일 이내 운행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같은 법 92조에는 “운행정지 명령에 불응한 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자동차 정기검사에서 불합격된 차주를 대상으로 한 법조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환경보전법상 개선명령은 정기검사가 아니라 수시점검에 따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법 해석의 문제지만 환경부가 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