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일산~퇴계원 36.3㎞) 통행료를 내리라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 및 지방자치단체들과 계약 위반을 이유로 반대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이달 초 국회 국정감사에서 첨예하게 맞붙는다. 사전에 약속받은 수익률을 믿고 인프라 건설에 투자한 연기금들과 주민 반발 등을 앞세워 사후적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하려는 정치권·정부·지자체의 갈등이다. 국민연금이 국회의 완력을 견뎌낼지 주목된다.
지역 포퓰리즘에 민자사업 계약 바꾸라는 국회
○고강도 압박 나선 국회, 지자체

경기 북부 및 서울 북부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은 오는 5일 열릴 국민연금 국감에서 최광 이사장,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등 국민연금 고위관계자에게 북부구간 통행료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현미·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25명과 최성 고양시장 등 지자체장 15명은 지난 8월 공동대책협의회를 결성해 지역 주민들의 편익을 위해 북부구간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북부구간의 통행료(㎞당 132원)가 남부구간(50원)에 비해 2.6배 비싸고, 운영사인 서울고속도로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높은 이자를 챙겨가고 있다며 국민연금을 압박하고 있다. 협의회는 “과도하게 높은 이자율을 낮춰 통행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 “이제 와서…”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북부구간 건설에 대한 국민연금의 참여는 정부가 민자 유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진행했던 것인 만큼 계약 변경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2011년 GS건설 등 기존 출자자의 서울고속도로 지분 매입 등에 총 1조8419억원을 투자했다. 지분투자 7916억원, 후순위대출(금리 연 20~48%) 3003억원, 선순위대출(연 7.2%) 7500억원의 형태로 투자했다. 당시 정부는 연 9%가량의 수익률을 제안하며 목표 통행량의 90%를 보장해주는 최소운영수입(MRG)을 약속했다.

국민연금은 정치권과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MRG를 조정하거나 후순위대출 금리를 내리면 민자사업 전체의 채산성 하락을 초래하게 돼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통행료를 인하하면 정부가 약속한 MRG를 맞추기 위해 재정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며 “후순위채권 매입도 지분 투자의 또 다른 형식으로 일종의 배당이기 때문에 금리가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을 이용하지 않는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가게 돼 형평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입자 이익 vs 주민 부담완화

이번 논란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 확보와 지역 주민의 부담 완화 중 무엇이 우선이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 같은 양상은 앞서 교직원공제회가 투자한 인천 원적산터널, 군인공제회가 투자한 인천 문학터널 등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됐다. 공제회와 인천시 사이에서 통행료 인하를 놓고 갈등이 불거졌고, 공제회 이사장들은 국감에서 인천시 지역구 의원들에게 호된 질타를 받았다. 결국 공제회들이 수익의 일부를 포기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민자가 필요할 때는 좋은 조건을 제시해놓고 상황이 바뀌었다고 조건을 바꾸자면 앞으로 누가 민자사업에 뛰어들겠느냐”고 토로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