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채찍'·'당근'의 활용법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중국 경제의 둔화, 그리스 사태에 따른 유럽 시장의 불안정 등 외부적인 요인이 한국 경제에 우호적이지 않다. 내수마저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를 살린다고 많은 정책을 발표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반기엔 메르스 사태까지 터졌다.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졌고 국내 소비자도 지갑을 닫았다.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공공·노동·교육·금융 4대 부문 구조개혁이 논의됐다.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핵심 개혁이라는 판단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먼저 추진됐다.

정부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노동개혁을 위해 계속 논의했다. 각계각층이 노력한 결과 지난달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대타협을 이뤄냈다.

대부분의 대타협 조항은 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특히 ‘일반해고 요건’은 경영에 민감한 조항이다. 경영자의 가장 큰 고민이지만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반해고 요건이란 저성과자, 업무 부적응자 혹은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에는 징계해고와 정리해고만 규정돼 있을 뿐 저성과에 따른 해고는 명시돼 있지 않다.

모든 경영 현장에서는 징계 차원이나 경영상 매우 급한 필요에 의한 차원이 아니라도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직원들이 있다.

성과가 현저히 낮거나, 태도가 불량하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다른 직원을 방해하거나 조직문화를 해친다. 그런데도 현행 노동법체계에서는 경영자가 조처를 하기 어렵다.

저성과자 관리에 대한 경영자 단체의 염원은 노·사·정 협의 과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협의 중간에 일반해고의 당위성을 강조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주된 결과를 보면 대기업의 67%, 중소기업의 46%가 “저성과자가 경영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저성과자가 미치는 악영향은 ‘내부 조직문화 저해’(54%), ‘조직성과 하락’(35%), ‘기업 이미지 훼손’(10%) 등이었다.

기업들은 저성과자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효과는 좋지 않았다고 답했다. 저성과자의 업무 개선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78%가 저성과자를 개선한 비율이 40%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기업들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업 환경에서 경쟁력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조직 경쟁력을 방해하는 저해요소를 제거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일반해고의 요건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영자가 일반해고의 요건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모르겠지만, 일반해고의 요건이 갖춰졌다고 그것에만 의존하는 경영은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일반해고는 전통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두 가지 방법 중 ‘채찍’이고, 채찍은 사람을 활용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업무에 몰입하도록 하는 데 채찍보다는 당근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수많은 사례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저성과자를 지목하고 그들을 잡음 없이 손보려는 방법으로 일반해고 요건이 잘못 쓰여서는 안 된다. 일반해고 요건이 갖춰지면 저성과자를 조직 밖으로 내쫓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원하는 성과를 끌어올릴 수는 없다.

저성과자 선발에 완벽을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일부라도 저성과자 선발에 감정이 개입되는 경우 조직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일반해고 요건은 경영의 방어 수단은 될지언정 성과를 높이는 공격수단은 될 수 없어 보인다.

우리 조직의 저성과자는 순전히 직원 잘못으로 만들어진 창조물인가 아니면 조직이 만든 피조물인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면 왜 채용 과정에서 이를 거르지 못했는가. 거기에 더해 직원은 가족인가 아닌가. 가족이라면 성과가 떨어진다고 집 밖으로 내쫓겠는가. 그것이 남은 가족을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유일한 방법일까.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