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 경영'으로 반격…한국SC은행, 새 도약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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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한국SC은행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 목표
작년 적자서 올 상반기 순익 1115억
펀드 판매 1조7850억…2배 급증
부실 털어내고 우량자산 비중 늘려
또 진화한 '채널 혁명'
고객 찾아가는 '태블릿 영업' 이어
신세계백화점·이마트 100여곳에
소형 점포 '스마트뱅킹유닛' 운영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 목표
작년 적자서 올 상반기 순익 1115억
펀드 판매 1조7850억…2배 급증
부실 털어내고 우량자산 비중 늘려
또 진화한 '채널 혁명'
고객 찾아가는 '태블릿 영업' 이어
신세계백화점·이마트 100여곳에
소형 점포 '스마트뱅킹유닛' 운영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2005년 영국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10년간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전열을 재정비해 한때 리딩뱅크 자리를 다퉜던 제일은행의 명성을 재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한국인 박종복 행장을 사령탑에 선임한 데 이어 한국 금융시장의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마케팅 및 영업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지나치게 길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한국스탠다드차다드’라는 은행 이름도 ‘한국SC은행’ 또는 ‘SC은행’으로 바꾸기로 했다.
영업채널 혁명도 가속화하고 있다. 영업점 수가 경쟁 은행에 비해 부족하다는 단점을 태블릿PC 영업 프로그램인 모빌리티플랫폼 등 신개념의 영업망으로 빠르게 극복해가고 있다. 신세계 등 유통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스마트뱅킹유닛(SBU) 프로그램도 도입할 계획이다.
○2015년을 재도약 원년으로
올해 초 한국SC은행은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을 새 경영 목표로 내걸었다. 박 행장이 1월 취임하면서 내놓은 목표다. 한국SC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한국식 토착 경영을 더해 지난해까지 한국 시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게 박 행장의 생각이다.
한국식 토착경영을 선언한 박 행장의 실험은 10개월여 만에 결실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646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상반기에만 11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대출 자산과 펀드 판매 등 영업 전반에 걸쳐 실적이 고르게 증가했다. 6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7% 이상 증가했다. 또 펀드판매액은 올 상반기 1조785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997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말 0.08%에서 올 상반기 0.23%로 올랐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같은 기간 1.18%에서 3.29%로 크게 뛰었다.
한국SC은행의 향후 전망도 밝다는 관측이 많다. 그동안 수익성에서 발목을 잡아왔던 부실채권을 최근 대부분 털어냈기 때문이다. 한국SC은행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저신용자 대상의 신용대출인 셀렉트론 판매로 약 2조~3조원의 부실이 생겼으나 최근 대손충당금을 대부분 쌓은 상태다. 동시에 우량자산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채널혁명’으로 혁신 주도
영업채널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한국SC은행은 지난해 7월 모빌리티플랫폼이라는 태블릿PC 기반의 무선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은행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 업무를 처리하는 뱅킹 서비스로, 은행원이 고객을 찾아가 종이 서류를 받아오던 기존 방문 영업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고객이 방문 신청을 하면 은행 직원이 태블릿PC를 들고 찾아가 △예·적금 등 예금상품 가입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발급 △신용·담보대출 △펀드 등 금융상품 가입 및 상담 등의 업무를 현장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해준다. 복잡한 종이 서류를 작성할 필요 없이 태블릿PC를 통해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모빌리티플랫폼은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SC은행에서 모빌리티플랫폼을 활용하는 직원 수는 지난해 7월 84명에서 올해 7월 말 540명으로 늘었다. 이 직원들이 판매한 여수신 상품은 일반 영업점의 창구 직원보다 29% 이상 많았다. 모빌리티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예금 유치 건수도 지난해 7월 488건에서 올해 7월 2706건으로 늘었다. 카드 유치 실적은 같은 기간 260건에서 2303건으로, 대출 실적은 63건에서 1665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1년간 모빌리티플랫폼을 통해 유치한 실적은 총 6만건에 달한다. 한국SC은행은 모빌리티플랫폼 활용 직원을 내년 6월 말까지 1600명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SC은행은 쇼핑과 금융의 결합 전략도 추진 중이다. 모빌리티플랫폼을 쇼핑 시설과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영업 방식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소형 점포인 SBU를 만들 계획이다. 이 점포에는 한국SC은행의 정규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모빌리티플랫폼을 활용한 영업에 나선다. 대형마트의 기존 금융사 영업창구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예금·대출·카드·펀드 등 일반 은행 지점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업시간도 파격적으로 재편했다. 평일은 오후 4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휴무인 기존 은행 영업시간과 달리 SBU는 백화점·마트의 영업시간과 똑같이 운영한다. 기존 점포가 대다수 직장인이 퇴근하기 전에 문을 닫아 소비자들이 점심시간 등에 은행을 따로 찾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다. 한국SC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SBU를 전국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100개 이상 설치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동반자
한국SC은행은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동반자 역할도 하고 있다. 글로벌 SC그룹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 이익이 전체의 90% 이상이다. 이 같은 SC그룹의 비즈니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흥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에 맞춤형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코리아 데스크’다. 중국 아랍에미리트 미국 인도 등 10개국에서 운영 중인 한국 기업 전담창구다. 코리아 데스크엔 지점장급 직원인 한국인 ‘FAM(field account manager)’이 상주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무역금융과 외환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SC은행은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이라크데이’ ‘인디아데이’ ‘액세스 아프리카’ 등 신흥국 진출과 관련한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한국SC은행 관계자는 “SC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이를 위해 지난 1월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한국인 박종복 행장을 사령탑에 선임한 데 이어 한국 금융시장의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마케팅 및 영업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지나치게 길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한국스탠다드차다드’라는 은행 이름도 ‘한국SC은행’ 또는 ‘SC은행’으로 바꾸기로 했다.
영업채널 혁명도 가속화하고 있다. 영업점 수가 경쟁 은행에 비해 부족하다는 단점을 태블릿PC 영업 프로그램인 모빌리티플랫폼 등 신개념의 영업망으로 빠르게 극복해가고 있다. 신세계 등 유통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스마트뱅킹유닛(SBU) 프로그램도 도입할 계획이다.
○2015년을 재도약 원년으로
올해 초 한국SC은행은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을 새 경영 목표로 내걸었다. 박 행장이 1월 취임하면서 내놓은 목표다. 한국SC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한국식 토착 경영을 더해 지난해까지 한국 시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게 박 행장의 생각이다.
한국식 토착경영을 선언한 박 행장의 실험은 10개월여 만에 결실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646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상반기에만 11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대출 자산과 펀드 판매 등 영업 전반에 걸쳐 실적이 고르게 증가했다. 6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7% 이상 증가했다. 또 펀드판매액은 올 상반기 1조785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997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말 0.08%에서 올 상반기 0.23%로 올랐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같은 기간 1.18%에서 3.29%로 크게 뛰었다.
한국SC은행의 향후 전망도 밝다는 관측이 많다. 그동안 수익성에서 발목을 잡아왔던 부실채권을 최근 대부분 털어냈기 때문이다. 한국SC은행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저신용자 대상의 신용대출인 셀렉트론 판매로 약 2조~3조원의 부실이 생겼으나 최근 대손충당금을 대부분 쌓은 상태다. 동시에 우량자산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채널혁명’으로 혁신 주도
영업채널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한국SC은행은 지난해 7월 모빌리티플랫폼이라는 태블릿PC 기반의 무선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개발했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은행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 업무를 처리하는 뱅킹 서비스로, 은행원이 고객을 찾아가 종이 서류를 받아오던 기존 방문 영업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고객이 방문 신청을 하면 은행 직원이 태블릿PC를 들고 찾아가 △예·적금 등 예금상품 가입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발급 △신용·담보대출 △펀드 등 금융상품 가입 및 상담 등의 업무를 현장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해준다. 복잡한 종이 서류를 작성할 필요 없이 태블릿PC를 통해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모빌리티플랫폼은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SC은행에서 모빌리티플랫폼을 활용하는 직원 수는 지난해 7월 84명에서 올해 7월 말 540명으로 늘었다. 이 직원들이 판매한 여수신 상품은 일반 영업점의 창구 직원보다 29% 이상 많았다. 모빌리티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예금 유치 건수도 지난해 7월 488건에서 올해 7월 2706건으로 늘었다. 카드 유치 실적은 같은 기간 260건에서 2303건으로, 대출 실적은 63건에서 1665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1년간 모빌리티플랫폼을 통해 유치한 실적은 총 6만건에 달한다. 한국SC은행은 모빌리티플랫폼 활용 직원을 내년 6월 말까지 1600명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SC은행은 쇼핑과 금융의 결합 전략도 추진 중이다. 모빌리티플랫폼을 쇼핑 시설과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영업 방식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소형 점포인 SBU를 만들 계획이다. 이 점포에는 한국SC은행의 정규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모빌리티플랫폼을 활용한 영업에 나선다. 대형마트의 기존 금융사 영업창구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예금·대출·카드·펀드 등 일반 은행 지점과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업시간도 파격적으로 재편했다. 평일은 오후 4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휴무인 기존 은행 영업시간과 달리 SBU는 백화점·마트의 영업시간과 똑같이 운영한다. 기존 점포가 대다수 직장인이 퇴근하기 전에 문을 닫아 소비자들이 점심시간 등에 은행을 따로 찾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다. 한국SC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SBU를 전국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100개 이상 설치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동반자
한국SC은행은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동반자 역할도 하고 있다. 글로벌 SC그룹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 이익이 전체의 90% 이상이다. 이 같은 SC그룹의 비즈니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흥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에 맞춤형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코리아 데스크’다. 중국 아랍에미리트 미국 인도 등 10개국에서 운영 중인 한국 기업 전담창구다. 코리아 데스크엔 지점장급 직원인 한국인 ‘FAM(field account manager)’이 상주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무역금융과 외환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SC은행은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이라크데이’ ‘인디아데이’ ‘액세스 아프리카’ 등 신흥국 진출과 관련한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한국SC은행 관계자는 “SC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