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반짝 쇼핑'을 끝내고 서둘러 지갑을 닫으려 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는만큼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는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인들의 추세적인 매수 전환을 유발할 뚜렷한 호재가 없다며 당분간은 수급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외인, 이틀 순매수 왜…위안화 안정 영향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달 30일과 전날 이틀 연속으로 각각 1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국내 증시에서 사들였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도 1980선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월간 기준으로 보면 외국인은 여전히 주요 아시아 6개국 중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폭의 매도세를 보였다. 9월 한달 간 국내 증시에서 팔아치운 주식은 1조7449억원 어치에 달한다. 이날 오전 10시24분 현재도 외국인들은 800억원 어치 이상의 주식을 팔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최근 반짝 매수에 나선 것은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다소 안정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역외환율을 안정시키면서 원화 강세를 이끈 것이 외국인 매수에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김윤서 KT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본격적인 매도세를 보인 건 위안화가 기습 절하된 직후였다"며 "지난달 25일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위안화 추가 절하를 억제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매도를 잦아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분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7조7000억원의 매도를 기록한 가운데 이 중 5조7000억원의 매도 물량이 중국의 위안화 기습 절하 이후 쏟아졌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도 "최근 위안화 역외환율이 크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가 진정된 시점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 美 고용지표, 금리 우려↑…수급 탄력 둔화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전후로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심이 다시 높아지며 외국인 매도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부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9시30분 9월 비농업부문 고용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

앞서 나온 민간고용 부문과 더불어 비농업부문 고용도 호조를 보일 경우 이는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 명분을 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Fed 총재는 미국이 완전 고용을 달성해 감에 따라 올해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9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에 따른 미국 금리 인상 우려는 외국인 수급 탄력을 둔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저유가와 이에 따른 기업 이익 상향, 기초수지 개선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 귀환이 그리 먼 일은 아니라는 긍정적 시각도 나왔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저유가는 국내 기업들의 이익 성장 뿐 아니라 기초수지도 끌어올리고 있다"며 "기초수지는 장기투자 성향을 가진 미국계 자금의 매매패턴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