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의 'M&A 흑역사'…이번엔 영국 오토노미와 분쟁
미국 휴렛팩커드(HP)가 2011년 인수한 영국 정보분석 소프트웨어회사 오토노미의 전 경영진이 HP에 소송을 제기했다. HP는 앞서 오토노미 경영진이 회사를 팔기 전 분식회계를 했다며 전 경영진에 51억달러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런던법원에 냈는데 여기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오토노미 창업자인 마이크 린치가 HP에 1억6000만달러를 물어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린치는 지난 1일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으며 오히려 HP가 인수 이후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오토노미에 큰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HP는 오토노미를 2011년 111억달러를 주고 샀다. 하지만 인수한 직후부터 오토노미가 매출을 크게 부풀려 회사를 비싸게 팔았다며 공방전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듬해 오토노미와 관련한 자산 50억달러를 포함해 88억달러의 자산을 상각 처리했다.

지난 1월 영국 중대범죄수사국(SFO)은 HP가 제기한 소송에서 오토노미의 분식회계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고,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여전히 조사 중이다. HP는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오토노미 인수가 ‘실패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HP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가 실패로 끝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시도한 M&A가 줄줄이 신통치 않은 결과를 내면서 ‘HP의 M&A 흑(黑)역사(부정적인 역사)’ 목록이 나돌 정도다.

2001년 칼리 피오리나 전 회장 시절 컴퓨터 제조업체 컴팩을 250억달러를 주고 사들였지만 델 등 경쟁사에 밀려 성과를 충분히 내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HP는 컴팩 관련 자산 120억달러어치를 2011년 상각했다. 이 무렵 HP는 5억3000만달러를 주고 미들웨어 회사 블루스톤을 산 다음 관련 사업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2008년 마크 허드 전 회장이 139억달러를 주고 산 정보기술(IT)서비스회사 일렉트로닉데이터시스템(EDS)은 현재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해 80억달러어치 자산이 상각 처리됐다. 그 다음으로 취임한 레오 아포테커 회장도 오토노미를 비싸게 주고 샀다가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