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샤 킨스키 "아직도 첫사랑의 아이콘이라니 놀랍고 즐거워"
“제가 지금도 첫사랑의 아이콘이라고요? 너무 놀랍고 몸 둘 바를 모르겠지만 즐겁네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신인 감독의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 심사위원을 맡아 26년 만에 한국을 찾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 스타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54·사진)는 2일 부산 우동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강수연 BIFF 공동집행위원장이 “한국의 많은 중년 남성에게 킨스키 씨가 첫사랑”이라고 이야기하자 수줍게 웃으며 이같이 답했다.

킨스키가 한국에 온 건 이번이 두 번째다. 1989년 영화 ‘막달리나’ 홍보를 위해 왔던 게 첫 방한이었다. 1974년 데뷔한 그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토머스 하디의 소설을 영화화한 1979년작 ‘테스’에서 여주인공 테스를 연기하며 특유의 청순한 미모와 깊은 눈빛, 빼어난 감수성을 선보이며 톱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폴 슈레이더 감독의 1982년작 ‘캣 피플’, 빔 벤더스 감독의 1984년작 ‘파리 텍사스’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명배우로 인정받았다.

이번 BIFF에선 킨스키의 핸드프린팅 행사가 열리고 그의 대표작 ‘테스’도 재상영된다. 강수연 위원장은 킨스키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꿈속에서나 볼 수 있던 분이었는데, 어제 개막식에서 내 앞에 서 있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킨스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곤조곤한 말투와 단아한 몸짓으로 여전히 청초한 매력을 자랑했다. 그는 심사기준에 대해 “영화는 감동을 줘야 하고, 다 보고 났을 때 여운이 남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영화에서 나타나야 할 가장 중요한 주제는 사랑”이라며 “사랑은 우리가 늘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6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감회도 남다르다고 전했다. 킨스키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 사찰을 방문해 아름답고 영적인 체험을 한 기억이 난다”며 “올해가 한국의 광복 70주년이라고 들었는데 이런 뜻깊은 때 한국에 다시 와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선 “싱가포르에서 BIFF 관계자들로부터 심사위원 제의를 받았을 때 무척 기뻤다”며 “지금 이곳에서 훌륭한 영화인들과 함께한다는 게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한국의 전통과 현대문화가 어우러진 ‘지금 이 순간’의 의미를 즐길 수 있는 마법 같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킨스키는 지금도 작품 활동을 쉬지 않고 있다. 그는 “순간과 초심에 대해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며 “BIFF에서 신인 감독들의 영화를 심사하면서 배우 생활 초창기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살면서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