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동향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여서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으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시사했던 재닛 옐런 Fed 의장의 머리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미 노동부는 2일 9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14만2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외신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사전 조사한 예상치 20만3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9월 새 일자리는 의료와 정보기술(IT)부문에서 주로 나왔으며 광공업에서는 고용이 줄었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노동부는 또 지난 7월 수치를 24만5000명에서 22만3000명으로, 8월 자료는 17만3000명에서 13만6000명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5.1%로 Fed가 완전고용 상태로 간주하는 5% 안팎을 유지했다. 이는 향후 고용전망이 불투명해 구직활동을 중단한 사람들이 실업자로 계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지난 3월과 8월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비농업부문에서 평균 월 20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나오면 고용 시장이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낮은 상황에서 9월 고용지표도 나쁘게 나옴에 따라 Fed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올리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달 27~28일로 예정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거스 파우처 PN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9월 신규고용 수치를 보면 10월 금리인상설은 완전히 탈락했고 12월 인상 여부마저도 불투명해졌다”며 “신규고용이 월 15만개 안팎이라면 Fed가 금리인상 시점을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브라이언 베튠 터프스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국 경기가 동력을 상당히 잃었다”며 “지금은 긴축으로 진입할 시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TV에 출연해 “연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지난달만 해도 올해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던 인물이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10월 말 FOMC 회의까지 미국 경제가 기준금리 인상을 감당할 정도로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달 중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는 연내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 금리지수 선물가격을 토대로 한 10월 금리인상 확률은 1일 기준 16%로, 지난달 FOMC 회의 직후인 9월18일의 20%보다 낮아졌다. 12월 인상 확률도 같은 기간 50%에서 45%로 떨어졌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