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반도체 육성하는 중국의 의지…두렵다, 미래산업 키우는 일본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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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가는 성장엔진…위기의 주력산업
중국 스마트폰 기술 턱밑 추격…반도체 10년 내 따라잡힐 수도
일본 기업, 새 수익모델로 부활…정부는 과감히 규제 풀어 지원
중국 스마트폰 기술 턱밑 추격…반도체 10년 내 따라잡힐 수도
일본 기업, 새 수익모델로 부활…정부는 과감히 규제 풀어 지원
한국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전자·자동차산업이 ‘중국발(發) 위기론’에 떨고 있다. 과거 중국 상품의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소비자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기술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의 1위 수출품목인 반도체 분야에서도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인수합병(M&A)을 이어가고 있다. 경쟁국인 일본은 정부의 규제 개선에 힘입어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버리며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 이대로는 현재 주력산업은 중국에, 미래 먹거리는 일본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모리 10년 안에 따라잡힌다”
반도체산업 육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는 무서울 정도다. M&A 시장을 보면 잘 나타난다. 중국은 올 들어 세계 2위 CMOS 이미지센서(CIS) 업체 옴니비전을 인수했다.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 세계 2위인 마이크론과 글로벌파운드리에도 인수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2000억달러(약 234조원)가 넘는 반도체 수입을 줄이기 위해 천문학적 돈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BOE, XMC 등이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1,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발 위기론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황철성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은 “메모리반도체의 핵심 기술을 지닌 일본 엔지니어들이 지금 상당수 중국으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설계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대규모 투자를 하면 10년 이내에도 추격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였던 삼성전자가 지금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 대표적이다. LG그룹의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이희국 (주)LG 기술협의회 의장은 “과거엔 중국 업체의 수준이 한국보다 떨어질 뿐 아니라 소비자의 기대치에도 못 미쳤다”며“한국과 중국 제품 모두 소비자의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어 기술보다는 가격이 판매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중국 점유율 10% 아래로
자동차산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지난해 6%를 넘던 현대자동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5%대로 떨어졌다. 4%에 육박하던 기아자동차 점유율은 3%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 현지 업체들은 약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같은 해외 브랜드보다 30~40% 싼값에 차량을 내놓고 있어서다. 시장 점유율 3%대 초반으로 10위권 밖이던 창안(長安)자동차는 올 들어 7월까지 점유율을 4.5%로 키웠다. 기아차를 넘어선 것은 물론 7위로 뛰어올라 4위인 현대차까지 위협하고 있다. 같은 기간 창청(長城)자동차도 기아차를 누르고 10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현대·기아차의 올해 연간 합산 점유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중국 정부가 연안 대도시의 자동차 판매량을 규제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토종업체들의 추격 속도는 거센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미래 먹거리 선점
일본의 분위기는 다르다. 한때 한국에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 산업을 빼앗겨 고전하던 일본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 부활하고 있다. 기업들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기존 사업의 규모를 줄이고 신(新)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전업계의 강자 소니가 TV를 분사하고 CMOS 이미지센서에 투자를 집중해 올해 영업이익을 지난해의 3배 이상 늘릴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도 과감한 개혁으로 기업을 돕고 있다. 최근 파견근로자의 파견기간(3년) 제한을 없애는 노동개혁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했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규제 혁파에도 앞장서고 있다. 로봇산업을 키우기 위해 고압가스 누출 확인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해도 되도록 법을 바꿨다.
로봇이 길에서 다닐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을 완화하기도 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메모리 10년 안에 따라잡힌다”
반도체산업 육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는 무서울 정도다. M&A 시장을 보면 잘 나타난다. 중국은 올 들어 세계 2위 CMOS 이미지센서(CIS) 업체 옴니비전을 인수했다.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 세계 2위인 마이크론과 글로벌파운드리에도 인수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2000억달러(약 234조원)가 넘는 반도체 수입을 줄이기 위해 천문학적 돈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BOE, XMC 등이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1,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발 위기론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황철성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은 “메모리반도체의 핵심 기술을 지닌 일본 엔지니어들이 지금 상당수 중국으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설계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 대규모 투자를 하면 10년 이내에도 추격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였던 삼성전자가 지금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 대표적이다. LG그룹의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이희국 (주)LG 기술협의회 의장은 “과거엔 중국 업체의 수준이 한국보다 떨어질 뿐 아니라 소비자의 기대치에도 못 미쳤다”며“한국과 중국 제품 모두 소비자의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어 기술보다는 가격이 판매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중국 점유율 10% 아래로
자동차산업의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지난해 6%를 넘던 현대자동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5%대로 떨어졌다. 4%에 육박하던 기아자동차 점유율은 3%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 현지 업체들은 약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같은 해외 브랜드보다 30~40% 싼값에 차량을 내놓고 있어서다. 시장 점유율 3%대 초반으로 10위권 밖이던 창안(長安)자동차는 올 들어 7월까지 점유율을 4.5%로 키웠다. 기아차를 넘어선 것은 물론 7위로 뛰어올라 4위인 현대차까지 위협하고 있다. 같은 기간 창청(長城)자동차도 기아차를 누르고 10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현대·기아차의 올해 연간 합산 점유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중국 정부가 연안 대도시의 자동차 판매량을 규제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토종업체들의 추격 속도는 거센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미래 먹거리 선점
일본의 분위기는 다르다. 한때 한국에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 산업을 빼앗겨 고전하던 일본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 부활하고 있다. 기업들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기존 사업의 규모를 줄이고 신(新)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전업계의 강자 소니가 TV를 분사하고 CMOS 이미지센서에 투자를 집중해 올해 영업이익을 지난해의 3배 이상 늘릴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도 과감한 개혁으로 기업을 돕고 있다. 최근 파견근로자의 파견기간(3년) 제한을 없애는 노동개혁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했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규제 혁파에도 앞장서고 있다. 로봇산업을 키우기 위해 고압가스 누출 확인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해도 되도록 법을 바꿨다.
로봇이 길에서 다닐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을 완화하기도 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