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망신 줘서라도 나만 눈길 끌면 된다"
국회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다. ‘국회가 공직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해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인사청문회는 부적격 인사를 걸러내기보다는 후보자 개인의 신상을 터는 등 공개 망신을 주는 장치로 변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적 인재 수급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총리 후보자 지명을 받은 여섯 명 가운데 세 명이 인사청문회 벽을 넘지 못했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안대희 전 대법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중도에 낙마했다. 총리로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인지를 따지기보다는 후보자 개인과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가 횡행한 탓이다.

"공개 망신 줘서라도 나만 눈길 끌면 된다"
공직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을 살피기보다는 여론재판식으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다 보니 공직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 후보로 고려한) 많은 분이 고사하거나 가족이 반대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쇄신 차원의 장관급 인사를 단행하고 싶어도 인사청문회 통과가 걱정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얘기다.

국회의원 출신 장관이 양산된 것도 인사청문회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같은 국회의원끼리는 ‘봐주기 관행’이 있기 때문에 의원들의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 신분인 장관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다섯 명이다.

인사청문회 폐해가 커지면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책능력은 인사청문회에서 공개 검증하고 도덕성 부분은 비공개로 바꾸는 ‘분리검증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흐지부지됐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신상털기에만 집중하면서 득보다 실이 많다”며 “정치철학이나 능력, 리더십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