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위해 가장 달라져야 할 곳은 국회와 정부"
국민의 정치 불신이 ‘임계치’를 넘어섰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가장 많이 바뀌어야 할 대상으로 국민은 국회를 첫손에 꼽았다. 경제전문가 10명 중 9명 이상이 ‘정치 무용론’을 꺼내들 만큼 정치 불신의 골은 깊었다.

"미래 위해 가장 달라져야 할 곳은 국회와 정부"
한국경제신문이 일반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가장 많이 달라져야 할 집단이나 대상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조사 결과는 일반적인 정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장 많은 사람이 국회(43.1%)를 지목했다. 정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라를 이끌어도 시원찮을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다. 다음으로는 정부(29.7%)가 꼽혔다. 정치인만큼 공무원에 대한 불신도 컸다. 국회와 정부라는 ‘투톱’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비슷했다. 언론(6.5%) 청와대(4.8%) 노동계(4.8%) 시민단체(3.7%) 경영계(3.7%)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30세대와 40대 이상 기성세대 간 시각차가 도드라졌다. 20대와 30대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컸다. 쇄신 대상 1호로 모두 정부를 꼽았다. 반면 40대 이상은 공통적으로 국회의 변신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도 의견은 갈렸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최우선적으로 변해야 할 대상으로 국회(55.6%)를 지목했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은 국회(32.4%)보다 정부(41.6%)의 쇄신이 더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일반 국민 10명 중 8명(78.7%)은 ‘정치권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응답했다. ‘국회 등 정치권이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82.5%)거나 ‘국회가 유권자 표만 의식한다’(79.8%)는 설문 결과도 일반인의 정치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줬다.

"미래 위해 가장 달라져야 할 곳은 국회와 정부"
선진국 대비 한국 정치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72.5%가 ‘선진국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19.9%는 ‘선진국과 비슷하다’고 답했고 ‘선진국보다 높다’는 응답은 6.8%에 불과했다.

야당 등 소수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가 어려워 ‘국회마비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서는 55.7%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33.5%는 ‘여야 합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원안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10.8%는 답변하지 않았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바꾸는 것이 좋다’(54.9%)는 의견이 ‘5년 단임제 유지’(41.8%)보다 많았다.

전문가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정치가 경제의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95.5%에 달했다. ‘매우 그렇다’는 정치 혐오성 응답자가 63.3%, ‘약간 그렇다’는 정치 불신층은 32.3%였다.

전문가 그룹의 40%는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지적했다. ‘타협하지 않는 여야 대결정치’(22.5%) ‘정치인의 국정능력 부족’(22.3%) ‘정치 리더의 부재’(6.8%) ‘지역주의 정치’(6.8%) 등도 한국 정치의 고질병으로 꼽혔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개헌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해야 한다’는 응답이 66%로 ‘5년 단임제 유지’(18%)를 앞질렀다. ‘의원내각제 도입’(14.8%) 의견은 많지 않았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