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은 5일 독일 폭스바겐자동차의 '디젤 스캔들'이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가뜩이나 미국발(發) 금리 불안으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간 와중에 디젤 스캔들로 이들의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노종원 연구원은 "최근 벌어졌던 사건 중 폭스바겐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영국 BP사태가 있다"며 "2010년 발생한 BP 사건 당시 영국계 자금이 일시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큰 폭의 유출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간 건 유럽계 투자자들이었다"며 "BP사례를 감안할 때 현 폭스바겐 사태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영국 최대 기업인 BP는 2010년 4월 유정 폭발로 인한 사상 최대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인해 87일간 400만 배럴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고 시추요원 11명이 사망했다.

BP는 당시 안전 시험 결과를 무시했으며, 폭발 후에는 미국 의회에 원유 유출 규모를 축소 보고하기도 했다. 미국 법원은 BP가 유정 시추 작업이 폭발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등 중과실과 고의적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 사고로 BP 주가는 약 24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뒤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작년 6월 들어 간신히 회복했다.

노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폭스바겐 사태에 적용할 때 이번 사건의 결말이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독일과 유로존 경기 위축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 현재도 유럽계 자금의 투자 심리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미 유럽계 자금이 대규모 이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이탈보다는 지연 쪽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유럽계 자금의 빠른 복귀가 어렵다면 기타 자금의 흐름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증시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건 미국과 아시아계 자금이며, 이들은 자동차·보험·화장품을 선호한다고 노 연구원은 덧붙였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