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Fed는 기회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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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흰머리가 더 늘게 생겼다. 지난달 어렵사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오히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동결 결정 이후 이달 1일까지 2주간 선진국과 신흥국을 망라한 글로벌 증시가 평균 3.9% 하락한 게 그 방증이다. 한국 정도만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옐런 의장은 연내에, 이르면 이달에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지만 과연 그렇게 되겠느냐는 의구심이 점점 확산돼 간다. 월가에선 ‘옐런 피로감’이란 말까지 나온다.
금융시장은 '옐런 피로감'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9월 미국의 고용 사정이 좋지 않다는 발표 이후 내년 인상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월가 여론조사에선 올 10월 인상 전망이 5%, 12월 인상 가능성도 30%로 뚝 떨어진 반면 내년 1월 인상과 3월 인상 확률은 각각 40%와 52%로 급등했다는 보도다. 옐런 의장이 연내 금리를 올리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실천하기가 지난달보다 되레 더 어려워졌다. 그로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반전일 것이다.
지난달엔 Fed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강했다. Fed는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그런 사인을 줘 왔다는 말도 들린다. 그렇지만 옐런의 Fed는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그것도 유례없이 글로벌 경제 동향이란 새로운 변수까지 추가하며 결단을 미뤘다. 지금 중국이 문제여서 못한다면, 앞으로 유럽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또 안 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옐런은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금리를 동결했던 것인데, 지금은 연내 금리인상이란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아무도 믿지 않는 양치기 목동 꼴이다.
통화·금리정책은 경기국면에 따라 그 효과가 비대칭적이라는 분석이 정설이다. 특히 경기확장기 금리인상은 경기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크지만, 경기수축기 금리인하는 경기진작에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한다. 이는 신케인스학파도 동의하는 사실이다. 실증적으로도 그렇다. Fed의 제로금리 정책은 2008년 12월에 시작해 올해로 7년째다. 제로금리가 경기를 살린다면 미국 경제는 진작에 살아났지 않았겠나.
핑계 찾기 악순환
Fed의 금리동결로 나아진 게 없다. 금리를 정상화할 기회만 날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Fed가 지난번 금리를 인상해봐야 어차피 0.25%포인트 정도 올리는 ‘베이비 스텝’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 후에도 단기간에 연 3% 수준으로 급하게 ‘빅 스텝’으로 가기 힘들었다.
옐런 의장은 연내 금리인상이 거짓말이 돼 가는 데 대해 앞으로 또다시 새로운 변명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달엔 금리동결의 핑계를 찾느라 속을 태웠지만 앞으로는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명분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핑계 찾기의 악순환이다. 지난번 금리를 조금이라도 올렸다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금처럼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노출된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가 유례없는 장기 불황에 빠진 데엔 그동안 주요 국가들의 구조조정이 없었다는 게 큰 요인이다. 제로금리, 초저금리의 폐해다. 한국에서 ‘좀비기업’이 3000여개를 웃돌게 된 원인도 다르지 않다. Fed는 실기(失機)했다. 정책엔 타이밍이 있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금융시장은 '옐런 피로감'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9월 미국의 고용 사정이 좋지 않다는 발표 이후 내년 인상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월가 여론조사에선 올 10월 인상 전망이 5%, 12월 인상 가능성도 30%로 뚝 떨어진 반면 내년 1월 인상과 3월 인상 확률은 각각 40%와 52%로 급등했다는 보도다. 옐런 의장이 연내 금리를 올리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실천하기가 지난달보다 되레 더 어려워졌다. 그로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반전일 것이다.
지난달엔 Fed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강했다. Fed는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그런 사인을 줘 왔다는 말도 들린다. 그렇지만 옐런의 Fed는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그것도 유례없이 글로벌 경제 동향이란 새로운 변수까지 추가하며 결단을 미뤘다. 지금 중국이 문제여서 못한다면, 앞으로 유럽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또 안 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옐런은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금리를 동결했던 것인데, 지금은 연내 금리인상이란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아무도 믿지 않는 양치기 목동 꼴이다.
통화·금리정책은 경기국면에 따라 그 효과가 비대칭적이라는 분석이 정설이다. 특히 경기확장기 금리인상은 경기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크지만, 경기수축기 금리인하는 경기진작에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한다. 이는 신케인스학파도 동의하는 사실이다. 실증적으로도 그렇다. Fed의 제로금리 정책은 2008년 12월에 시작해 올해로 7년째다. 제로금리가 경기를 살린다면 미국 경제는 진작에 살아났지 않았겠나.
핑계 찾기 악순환
Fed의 금리동결로 나아진 게 없다. 금리를 정상화할 기회만 날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Fed가 지난번 금리를 인상해봐야 어차피 0.25%포인트 정도 올리는 ‘베이비 스텝’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 후에도 단기간에 연 3% 수준으로 급하게 ‘빅 스텝’으로 가기 힘들었다.
옐런 의장은 연내 금리인상이 거짓말이 돼 가는 데 대해 앞으로 또다시 새로운 변명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달엔 금리동결의 핑계를 찾느라 속을 태웠지만 앞으로는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명분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핑계 찾기의 악순환이다. 지난번 금리를 조금이라도 올렸다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금처럼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노출된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가 유례없는 장기 불황에 빠진 데엔 그동안 주요 국가들의 구조조정이 없었다는 게 큰 요인이다. 제로금리, 초저금리의 폐해다. 한국에서 ‘좀비기업’이 3000여개를 웃돌게 된 원인도 다르지 않다. Fed는 실기(失機)했다. 정책엔 타이밍이 있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