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음악’ 아리랑이 서양식 음계로 처음 표현된 건 지금으로부터 119년 전이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공립교육기관 육영공원에서 외국어와 역사를 가르치던 호머 헐버트 박사(1863~1949)가 1896년 2월 발표한 논문 ‘한국의 민요(Korean vocal music)’에서였다.

그는 아리랑 사료를 발굴·복원하거나 음악적 가치를 드높인 역사적 인물에게 주는 ‘제1회 서울아리랑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아리랑상은 서울시와 서울아리랑페스티벌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하는 ‘서울아리랑페스티벌’에서 올해 처음 제정한 상이다.

헐버트 박사의 유족을 대표해 7일 서울 세종로 KT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손자 브루스 헐버트 씨(78·사진)는 “할아버지의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한국에 감사하다”며 “할아버지는 한국을 극진히 아낀 분이었다”고 말했다.

헐버트 박사는 한국 민요를 채보해 기록으로 남기고 보급했을 뿐 아니라 주시경 선생과 한글 맞춤법을 다듬는 등 한글 연구에도 기여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에도 참여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