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내년부터 60세 정년 연장, 거기다가 근로시간 단축까지…. 경영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 중 하나로 ‘근로시간 단축’이 이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WLB(Work-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이다. ‘저녁이 있는 삶’으로도 표현한다. 둘째,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다. 근로시간을 줄여 동료를 내보내지 말고 같이 일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만들기(Job Sharing)다. 줄여서 남긴 시간에 신규 근로자를 채용하자는 것인데 최근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개혁 과제로 떠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3년 기준 216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70시간보다 400시간이나 많다. 열심히 그리고 많이 일하는 것이 과거에는 미덕이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해지고 일자리 나눔이 실업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이제 그 의미가 달라졌다.

# 근로시간 단축 대응방안 필요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생산성 높이기 '발등의 불'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개정법안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되 한 주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에서 60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추가 연장근로 8시간)으로 단축하고, 기업 규모별로 4단계로 나눠 시행한다. 여기서 추가 연장 8시간은 노사 대표의 서면합의를 요건으로 하고 4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둘째, 근로시간 특례업종(노사가 합의해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근로할 수 있는 업종)을 현행 26개에서 10개로 축소한다. 셋째,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하고(2주 단위는 1개월로, 3개월 단위는 6개월로) 재량근로 대상 업무를 조정한다. 넷째,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한다.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생산성 높이기 '발등의 불'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되면 기업은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첫째,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를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설비투자나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시간 감소에 따른 지나친 임금 삭감 없이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근로자의 임금 삭감과 신규 근로자 채용의 어려움에 동시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 연평균 근로시간은 OECD 2위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5위로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생산설비 개선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잔업이나 회의 축소 등의 업무방식 개선과 업무 강도 강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시간당 생산대수(UPH)가 432대라고 하면, 노사가 합의해 UPH를 높일 수 있으면 근로시간 축소에 따른 물량 차질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둘째, 휴일근로 대책이 필요하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 산정에 포함되면 휴무일을 휴일로 전환하면서까지 휴일근로를 확보할 이점이 사라진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음에도(휴일근로가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경우)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휴일연장근로수당을 중복으로 할증할 경우 추가 인건비 부담이 연간 7조6000억원 정도 발생할 것으로 보는데,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시 월평균 임금이 약 13% 감소(연간 급여로 환산하면 466만원 정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 노동방식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생산성 높이기 '발등의 불'
셋째, 휴가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고 수당을 받는 대신 휴가를 사용하는 현행 ‘선택적 보상휴가제’가 선택적 보상휴가제와 비슷하나 적치된 시간이 없어도 휴가를 먼저 사용하고 나중에 보충할 수 있는 제도인 ‘근로시간저축계좌제’로 개정되면 그 활용 범위는 더 확대될 것이다. 폭스바겐은 1993년 경영위기 때 주 28.8시간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초과근로시간은 근로시간계좌에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 인건비를 절감했다.

넷째, 유연적 근로시간제의 활용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업종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시간제 활용이 도움될 것이다.

다섯째, 고령화와 연계된 근로시간 단축의 설계가 필요하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 임금만 줄이지 않고 근로시간도 함께 줄여주는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와 출산·육아·학업·질병 등을 사유로 하는 ‘전환형 시간선택제’를 고령자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노·사·정은 이번 근로시간 단축과 관계없이 2020년까지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노사 모두 장시간 근로를 바탕으로 해온 경영과 노동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최영우 <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