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쉽게 배워야 한다'는 한글 정신 실천해야죠"
“한국어를 배우려는 목적은 모두 다 다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은 한국어를 고급 수준으로 잘하게 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 왔어요. 이러다 보니 해외 학생들이 한국어 학습에 대한 흥미를 금방 잃어버립니다.”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77·사진)은 최근 서울 계동 고려사이버대 총장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건 사람들이 말과 글을 쉽게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며 “한국어를 한국인의 손으로 세계인들에게 재미있고 실용적으로 가르치는 게 한글 창제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사이버대는 2013년 12월부터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로 온라인 무료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인 ‘바른 한국어(영문명 Quick Korean)’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세계 167개국의 학습자들이 공식 웹사이트(korean.cuk.edu) 및 유튜브, 네이버 TV캐스트와 중국 동영상 사이트 유쿠를 통해 ‘바른 한국어’ 과정을 공부한다. 특히 유튜브의 ‘바른 한국어’ 콘텐츠 조회 수는 2013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약 89만건에 달한다.

이 교육 과정의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이 김 총장이었다. “2007년부터 한국 남성과 결혼해 이주해 온 여성들에게 처음 온라인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어요. 시골에서 애 키우고 농사지으면서 특정 시간대에 큰 건물이나 학교에 모여 수업한다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공항에 도착해 집까지 가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김장 용어, 육아 관련 대화 등 생활에 꼭 필요한 말에 초점을 맞췄죠.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그걸 해외 학습자용으로 전면 개편한 게 ‘바른 한국어’입니다.”

김 총장은 한국어 교습법 연구 진전이 다른 외국어에 비해 더딘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그동안 영어를 비롯한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데 워낙 중점을 두다 보니 정작 한국어를 해외에 어떻게 알리고 가르칠지에 대해선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한국이 스스로 한국어 학습의 장벽을 쳐 버린 측면이 없잖아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미국 하와이의 한 식당에 갔는데 종업원이 ‘한국인 손님이 많다 보니 한국어를 할 줄 알면 월급을 더 받을 수 있어 한국어를 배우고 싶지만 어떻게 배워야 할지 알 길이 없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바른 한국어’ 동영상 보는 법을 알려 줬죠. 해외 한국어 학습 수요가 점점 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린 아직 한국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선 덜 고민하는 듯합니다.”

연세대와 동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미국 조지아대에서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총장은 “한글과 한국어도 한국문화의 일부임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린다는 게 문화인류학자로서 매우 안타깝다”며 “한국 문화란 개념을 무조건 K팝이나 한식 등 뭔가 다른 존재라고 떼어 놓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어와 더불어 한국문화 콘텐츠도 함께 제작해 자연스럽게 문화와 언어를 학습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