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숲에 일자리 블루오션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제작된 ‘우드잡(wood job)’이란 영화가 있다. 흔치 않은 소재인 임업과 임업기능인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코미디이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청년이 임업연수원에 들어가게 된 것을 계기로 점차 산촌생활과 임업의 매력을 알아간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연수를 마친 도시 청년이 다시 버스를 타고 산촌으로 가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산림이라는 자원이 가지는 무한한 가치만큼 산림과 연관되는 일자리는 다양하다. 목재·제지업체, 해외 산림 개발업체, 숲 해설가, 수목원 전문가, 나무 의사, 산림탄소 전문가 등 많은 일자리가 있지만 산림분야를 전공한 청년들은 실제로 ‘산에서 일하는’ 산림 일자리보다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일자리를 선호한다. 물론 더 안정적이고, 근무 여건이 편하며, 임금이 많은 곳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모두가 소수의 길을 정답처럼 따르는 것보다는 자신의 목표와 의미를 가지고 직업을 선택하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전국 산림 현장에서 임업을 하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현재 산림을 자원화하고, 산업화하기 위한 흐름 속에 전문적인 산림 경영에 대한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다. 산림자원 경영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현장 인력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현장은 고령화돼 있다. 산림기능인의 연령대 분포를 보면 50~6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은 2013년부터 산림분야 특성화고를 지원해 현장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경북 봉화에 있는 한국산림과학고는 전국 유일의 산림분야 고교로 2012년 개교했으며, 올해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숲 가꾸기, 조림 등 현장 중심의 실습형 산림특화교육을 통해 차세대 현장관리 전문 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하나 희망적인 것은 귀(歸)산촌과 산림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한 산림 관련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림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은 2006년 59.3%에서 2015년 76.4%로 증가했으며, ‘산림 일자리에 종사하고 싶다’는 국민도 38.1%에 달했다. 산림 일자리에 종사하고 싶은 이유로는 응답자의 15.5%가 ‘산림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산림에 대한 선호도와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산림현장 일자리가 좀 더 괜찮은 일자리로 변모한다면 산에서 일하려는 청년들이 더 증가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스트리아에서 임업은 모두들 하기 싫어하는 힘든 직업이었다. 하지만 임업 종사자의 전문성 제고와 작업환경 개선, 임업이 돈이 되는 산업이라는 인식 변화 때문에 지금은 인기 있는 직종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도 임업인 양성에 나서고 있다. 2007년부터 산림분야 전문 컨설팅 인력인 산림 플래너가 1000여명 양성됐으며, 이렇게 조직화된 현장 인력이 사유림 경영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산림청은 미래 임업인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산림 플래너 제도를 도입해 한국 산림의 자원화와 산업화를 이끌어가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매력적인 임업분야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 실업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국토면적의 63%는 산림이다. 이제 산림은 기존의 휴양, 환경적 가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많은 청년들이 미래 전망을 보고 돈이 되는 임업의 주역으로 성장해 가길 기대해 본다.

신원섭 < 산림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