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30% 가깝게 늘어나던 판매량이 올해는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요는 정체된 반면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의 강세가 여전하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인도 업체가 약진하면서 한국산 스마트폰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수요 창출에 나서고 있다.
성숙기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올해 16.4%에서 내년 7.7%로 떨어져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07년 애플 아이폰 판매로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지 3년 만인 2010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71.2%에 달했다. 이후 2012년 40%대, 작년 20%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율이 10.4%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 전망한 11.3%에서 약 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이 하락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매출 기준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규모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성장이 정체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중국 시장의 침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가량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3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1300개에 달하는 스마트폰 제조사

스마트폰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시장 진입 장벽도 낮아졌다. 국내는 물론 중국 등에서 제조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 수는 1300개에 이른다. TV 제조업체는 300여개다.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는 여전하지만 중위권 경쟁은 치열하다.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업체는 물론 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현지 업체들이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출하량 기준) 21%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2011년 3분기 이후 16분기 연속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애플, 3위는 화웨이가 차지했다. 점유율은 각각 14%, 9%였다. 중국 샤오미와 ZTE는 5%씩 차지했다. 이어 LG전자(4%), TCL-알카텔(3%) 등의 순이었다.

올 하반기 주요 업체들의 전략 제품은 대화면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플러스’를, 애플이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 LG전자가 ‘V10’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워치, 가상현실 등 주목

스마트폰 업체들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롭게 공을 들이는 것은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 결제 서비스다. 소프트웨어 역량과 결제 인프라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다. 스마트워치 등을 선보이며 신규 스마트기기 수요 찾기에도 나서고 있다. 애플이 지난 4월 ‘애플워치’를 내놓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기어S2’ ‘LG워치 어베인 럭스’를 출시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IDC는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가 올해 3300만대에서 2019년 8900만대까지 3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간 15억대 수준인 스마트폰 시장과 비교해 아직 규모에서 차이가 있지만 스마트폰의 보완재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한국 휴대폰 제조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차세대 스마트기기, 사물인터넷(IoT) 등을 연계해 스마트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훈/전설리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