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적용을 통해 조선업계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하게 지켜 나갈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업계 트렌드인 친환경선박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영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수익성 위주 영업전략으로 초대형 유조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에서 꾸준한 수주실적을 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움직이는 선실’ 디자인이 적용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개념도.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움직이는 선실’ 디자인이 적용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개념도. 현대중공업 제공
◆차세대 선박 기술로 영업 강화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기술과 정보기술(IT)을 선박에 적용한 스마트십 R&D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항공 마린사업부와 함께 가스터빈엔진을 탑재한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개발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GE의 가스터빈시스템을 장착한 17만4000㎥급 LNG 운반선이 영국 로이드선급협회 기본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 선박은 기존 LNG 운반선과 달리 디젤엔진이 탑재되지 않는다. 또 별도의 배기가스 처리장치 없이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기준을 충족해 처리장치 투자비와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엔진 무게를 최대 60% 가볍게 할 수 있고, 점화연료와 윤활유도 필요 없어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운반선을 20년간 운항할 때 약 2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현대중공업의 설명이다.

지난 2월에는 선박 운항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높인 가스처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한 고성능 LNG 운반선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중연료패키지를 비롯해 증발가스(BOG) 고압 압축기, BOG 액화 시스템 등을 갖췄다. 이 시스템을 통해 LNG 저장탱크에서 자연 기화된 가스를 100% 연료로 활용해 연비를 크게 높였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시스템을 17만6000㎥급 LNG 운반선에 적용하면 연간 1600t의 증발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100만달러 이상의 연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기존 선박에 비해 황산화물은 92%,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는 각각 20%, 23% 적게 배출한다. 증발가스 고압 압축기와 LNG 연료공급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운영돼 어느 한 시스템이 정상 운영되지 않아도 증발가스를 완전히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시스템을 2016년 인도 예정인 노르웨이 크누센사의 초대형 LNG 운반선 두 척에 적용할 계획이다.

IT를 선박에 적용하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글로벌 IT 비즈니스 기업인 액센츄어와 선박 운항, 적재 화물, 항만 물류정보 등을 연결하는 ‘커넥티드 스마트 십(connected smart ship)’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시스템의 개발이 완료되면 선박과 항만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는 해운사는 항만의 하역 현황과 선박 대기상황 등을 미리 파악해 선박 속도와 항해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과 액센츄어는 2020년까지 서비스를 개발하며 협력할 계획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선주 마음 잡는다

최길선 회장
최길선 회장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움직이는 선실’도 선주들 사이에서 화제다. 초대형 컨테이너의 선실(승무원 생활공간)을 이동식으로 만들어 컨테이너 적재량을 늘리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스카이 벤치(sky bench)’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술을 적용하면 선실이 이동해 생긴 선실 아래에 컨테이너를 추가로 실을 수 있다. 선실은 브리지 형태로 만들어지며, 레일 위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13m를 이동할 수 있다.

이 기술을 1만9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한 개를 실을 수 있는 크기)급 컨테이너선에 적용하면 450개의 컨테이너를 더 실을 수 있다. 이 배를 유럽~아시아 노선에 투입한다면 연간 약 27억원의 추가 운임 수입을 거둘 수 있다고 현대중공업은 설명했다. 선박이 침몰할 경우 부력에 의해 선실이 선체에서 분리돼 승무원의 안전성이 높아진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선박 연료효율 개선 장치인 ‘하이핀’도 아이디어를 선박에 적용한 사례다. 하이핀은 프로펠러 중심부에 부착하는 바람개비 형태의 장치다. 프로펠러와 반대 방향의 와류(소용돌이)를 생성, 프로펠러의 와류 현상을 상쇄해 추진효율을 높여준다.

이 장치를 부착하면 최대 2.5%의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 8600TEU급 컨테이너선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약 8억7000만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