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대한민국 미래 없다] 장관 절반 1년 못 넘겨…"할 수 있는 건 사과·사죄·사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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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창간 51주년 기획 - '단임의 늪'에 빠진 한국
공직사회 '단임 만성화'
'백년대계' 교육부장관, DJ정부 5년간 7명 교체
장관 바뀌면 간부 연쇄이동…중앙부처 국장도 '1년짜리'
공직사회 '단임 만성화'
'백년대계' 교육부장관, DJ정부 5년간 7명 교체
장관 바뀌면 간부 연쇄이동…중앙부처 국장도 '1년짜리'
단임(短任)과 단임(單任)이 만성화되다시피 한 곳은 공직사회다.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운명이 갈리고, 한 정권 내에서도 수명 1년을 넘기는 공직자들이 많지 않다. 장기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다를 바 없다. 이로 인한 폐해는 크다. 정책의 연속성이 사라지고, 전문성이 떨어져 국가 장기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6개월짜리 장관도 수두룩
한국경제신문이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 9곳을 대상으로 김대중 정부 이후 현 정부까지 역대 장관들(120명)의 재임 기간을 조사한 결과 1년 미만이 52명으로 가장 많았다. 절반 가까이가 장관을 맡은 지 1년을 못 채우고 옷을 벗은 것이다. 이 가운데 6개월 미만도 15명에 달했다. 심지어 임명된 지 한 달이 채 안돼 교체된 장관도 5명이었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김대중 정부 때 장관 교체가 특히 심했다. 당시 교육부 장관은 5년간 7명이 바뀌어 평균 수명은 8개월 정도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장관 임기는 최소한 3년을 보장해야 한다”며 “1년짜리 장관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초기 1년은 정책 수립에, 2년째는 법안의 국회 통과에 보낸 후 3년째가 돼야 비로소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1년을 못 채운 장관이 수두룩하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정책 수립조차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장관들도 정해진 임기가 없다 보니 책임을 갖고 소신 있는 행정을 펴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막상 장관이 돼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딱 세 가지 ‘사’자밖에 없더라”며 “국민에게 사과하고, 대통령에게 사죄하고, 사표쓰고 나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뺑뺑이 인사’로 전문성 떨어져
장관의 단명은 부처 내 잦은 보직 순환인사로 이어진다.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장관이 바뀌면 보통 차관은 물론 주요 실·국장까지 연쇄 이동하는 게 다반사”라며 “국장 이상은 1년짜리 장관 수명과 같이 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 간부 중 한 자리에서 1년을 못 채운 경우가 53.3%에 달했다.
과장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부서에서 2년도 안돼 다른 부서로 발령난 공무원이 80.1%나 됐다. 부처 내에서 이른바 ‘스펙 관리’에 좋은 부서의 경우 ‘뺑뺑이 인사’는 특히 심하다. 한번 거치면 승진에 유리한 ‘주무과장’ 자리가 대표적이다. 중앙부처 주요 실·국의 총괄과장 자리는 1년을 넘기는 법이 없다. 서로 돌아가며 맡는 ‘나눠먹기식’ 인사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통상이나 에너지처럼 전문성과 장기적 안목이 요구되는 분야까지 순환근무로 돌리는 것은 문제”라며 “1년 이내에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장기적 안목보다는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단기과제에 매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임 불가’ 공기업 CEO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공기업 CEO도 마찬가지다. 정권마다 공기업 CEO 자리를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풍토 탓에 정권 교체와 함께 CEO가 바뀌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임기 보장도 어렵다. 정부 경영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연임하는 사례를 찾기 드물다. 장기적 국책 과제 수립은 생각하기 힘든 구조다.
연임이 힘들다 보니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기재부 공공정책국 관계자는 “매년 진행되는 공공 기관장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내 임기 동안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로 선거 출마 등 다음 자리를 노리는 기관장들이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
일부에선 ‘보여주기식 성과’를 위해 노조와 결탁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 공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노조와 합의하면서 아낀 비용을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위해 쓰기로 이면계약을 맺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종태/이승우 기자 jtchung@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 9곳을 대상으로 김대중 정부 이후 현 정부까지 역대 장관들(120명)의 재임 기간을 조사한 결과 1년 미만이 52명으로 가장 많았다. 절반 가까이가 장관을 맡은 지 1년을 못 채우고 옷을 벗은 것이다. 이 가운데 6개월 미만도 15명에 달했다. 심지어 임명된 지 한 달이 채 안돼 교체된 장관도 5명이었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김대중 정부 때 장관 교체가 특히 심했다. 당시 교육부 장관은 5년간 7명이 바뀌어 평균 수명은 8개월 정도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장관 임기는 최소한 3년을 보장해야 한다”며 “1년짜리 장관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초기 1년은 정책 수립에, 2년째는 법안의 국회 통과에 보낸 후 3년째가 돼야 비로소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1년을 못 채운 장관이 수두룩하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정책 수립조차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장관들도 정해진 임기가 없다 보니 책임을 갖고 소신 있는 행정을 펴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막상 장관이 돼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딱 세 가지 ‘사’자밖에 없더라”며 “국민에게 사과하고, 대통령에게 사죄하고, 사표쓰고 나오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뺑뺑이 인사’로 전문성 떨어져
장관의 단명은 부처 내 잦은 보직 순환인사로 이어진다.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장관이 바뀌면 보통 차관은 물론 주요 실·국장까지 연쇄 이동하는 게 다반사”라며 “국장 이상은 1년짜리 장관 수명과 같이 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 간부 중 한 자리에서 1년을 못 채운 경우가 53.3%에 달했다.
과장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부서에서 2년도 안돼 다른 부서로 발령난 공무원이 80.1%나 됐다. 부처 내에서 이른바 ‘스펙 관리’에 좋은 부서의 경우 ‘뺑뺑이 인사’는 특히 심하다. 한번 거치면 승진에 유리한 ‘주무과장’ 자리가 대표적이다. 중앙부처 주요 실·국의 총괄과장 자리는 1년을 넘기는 법이 없다. 서로 돌아가며 맡는 ‘나눠먹기식’ 인사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통상이나 에너지처럼 전문성과 장기적 안목이 요구되는 분야까지 순환근무로 돌리는 것은 문제”라며 “1년 이내에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장기적 안목보다는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단기과제에 매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임 불가’ 공기업 CEO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공기업 CEO도 마찬가지다. 정권마다 공기업 CEO 자리를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풍토 탓에 정권 교체와 함께 CEO가 바뀌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임기 보장도 어렵다. 정부 경영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연임하는 사례를 찾기 드물다. 장기적 국책 과제 수립은 생각하기 힘든 구조다.
연임이 힘들다 보니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기재부 공공정책국 관계자는 “매년 진행되는 공공 기관장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내 임기 동안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로 선거 출마 등 다음 자리를 노리는 기관장들이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
일부에선 ‘보여주기식 성과’를 위해 노조와 결탁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 공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노조와 합의하면서 아낀 비용을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위해 쓰기로 이면계약을 맺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종태/이승우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