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문제 놓고 중국과 '3자 협력프로세스' 논의 주목
"한국 TPP 가입 놓고 머리 맞댈 것…'뉴 프런티어' 이슈들 논의"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예상대로 최대 의제가 될 것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특히 핵과 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중국이 한·미 양국에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 관해 양국 정상 차원의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최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한국의 참여문제를 놓고 양국 정상이 머리를 맞댈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하는 한·미 동맹의 현주소를 반영하듯이, 기후변화와 국제보건, 사이버 안보, 개발·원조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 최대 의제…비핵화 대화 유도 '공동 메시지'
전문가들은 11일(현지시간)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가 가장 우선해서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대화의 장에 나도록 강력한 공동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열병식 계기에 추가 도발을 하지 않았지만,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태도를 봐가며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에 "북한이 가장 긴박한 의제일 수밖에 없다"며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한다면 더욱 강한 제재에 직면하겠지만, 북한이 비핵화 용의를 보일 경우 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특히 "압박을 위한 압박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가장 중요한 목표는 북한에게 경로를 바꿀 경우 더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가 열려있다는 것을 입증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글라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부회장은 "북한의 추가도발 여부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며 "도발이 있을 경우 더욱 강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 개선 흐름을 보면서 유연성을 발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한반도담당 연구원은 "핵실험과 마사일 도발 가능성에는 강력히 경고하되, 북한이 9·19 공동성명을 준수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의 문이 열려있고 6자회담도 재개할 수 있는 메시지를 줘야한다"고 조언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2006년부터 이어지는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 패턴의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것이냐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끌어안기'…한·미·중 3자협력 프로세스도
전문가들은 북한해법 논의의 연장선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어떻게 견인할 것이냐를 놓고 양국 정상 차원의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한·미·중 3자 차원의 협력 프로세스가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에 곧이어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한·미·중 3자 협력 프로세스가 논의될 것"이라며 "이는 전례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양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견인하는 전략적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중국 열병식에 참석한 배경과 중국의 향후 역할에 대해 미국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더글러스 팔 연구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중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듣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 석좌와 그린 연구원은 "미국 조야가 대통령의 방중 문제를 모두 이해하고 있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

◇"통일문제도 논의"…사드 배치, 거론 어려울 듯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통일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차 석좌는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강조해왔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며 "북한 문제를 논의하다 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통일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 출신인 래리 닉쉬 박사는 "한·미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공개적으로 통일에 대한 지지입장을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이 박 대통령의 통일 전략을 지지하도록 견인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문제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차 석좌 등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들어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TPP 놓고 한·미 정상 머리 맞대
이번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다자무역협정인 TPP에 대한 한국의 가입 문제를 놓고 양국 정상이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의 가입 시기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마이클 그린 CSIS 일본 석좌는 "한국이 TPP에 가입할 수 있는 적기는 2017년"이라며 "대통령 서명과 의회 심의에 시간이 필요하고 최종 의회를 통과하려면 내년 봄이나 여름이 돼야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한국의 TPP 가입문제는 다음 대통령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 연구원은 "한국이 TPP에 가입하려면 TPP가 이행되고 검증되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관계 해법도 논의테이블 올라
아베 정권의 과거사 왜곡과 우경화 움직임으로 오랜기간 악화됐던 한·일 관계 개선문제도 정상회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고 한국은 과거사와 경제·안보이슈를 분리하는 형태로 관계 개선을 모색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린 석좌는 "일본은 군 위안부 문제에 더 성의있는 해결 노력을 기울이고,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 전반을 위안부 문제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닉쉬 박사는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계기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고노담화가 역사적으로 정확하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일본이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도 이번 기회에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는 "현재 한국 정부는 과거사와 경제·안보이슈를 분리하는 '투트랙' 접근을 하고 있으며 양쪽 모두에서 결실을 얻기를 바라고 있다"며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크게 격상되는 계기가 되겠지만, 그러려면 투트랙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글로벌 보건·사이버안보…'남중국해'도 거론
양자 차원의 동맹을 넘어 지역과 글로벌 현안을 놓고도 그 어느 때보다도 심도 있고 광범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양국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외연을 키우는 '뉴 프런티어' 이슈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보건과 사이버 안보, 우주, 개발 이슈들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대립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한국의 더욱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매닝 연구원은 "한·미 양국 사이에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제적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나오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