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라이프 사이클을 갖는다. 사람들이 모여 만든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도 태어나고 성장기를 거쳐 한동안 피크(정점기)에 올랐다 중년과 노년기를 맞게 된다. 기업 운영을 수백년간 해온 서구와 달리 한국 기업들은 이제 청소년과 청년기를 막 지나 중년과 노년기를 준비해야 할 시점에 진입했다.

한국은 도산 위기가 닥쳐야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하는 ‘사후 구조조정’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내리는 응급조치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치료책이 될 수는 없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이 정점기에 있을 때 구조조정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조조정을 일찍 시작할수록 기업은 여러 선택권을 가질 수 있고 많은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구조조정이나 사업재편을 할 때는 두 가지 자원이 꼭 필요하다. 자금과 시간(타이밍)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자금은 단순한 유동성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회생 전략에 기반을 둔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도산의 시간을 뒤로 연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 많은 부실과 후유증만 초래할 수 있다. 공적 자금으로 기업을 연명시키다가 결국 파산해 그 피해를 사회가 떠안게 된 사례는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수없이 많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언제 선제적 구조조정을 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징후들이 나타나는지를 따져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조기 경보로 판단해야 한다.

회사의 매출이 지난 3분기 동안 정체 또는 감소해왔는가, 지난 3분기 동안 부채가 늘었거나 자본 감소가 일어났는가, 사업 목표 미달이 외부 환경 때문인가, 사업 계획을 낙관적 시장 환경에 기반에 수립했는가, 회사의 의사 결정이 적기에 실행되는가,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없이 생산단가 조정이나 일시적 비용 절감 등 단기적 방법에 의존하고 있는가, 조직의 활력이 떨어져가고 있는가 등이 대표적이다.

경영진은 위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던지고 열린 마음으로 회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기업이 정점기를 지나는 순간에 다음 시기를 잘 준비할 수 있다면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정점기를 지나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정영환 < 알릭스파트너스 서울사무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