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신 자매 '기적의 상봉'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헤어져 미국 가정으로 각각 입양됐던 한국 출신 이복 자매가 39년 만에 미국의 한 병원에서 상봉했다.

신복남 씨(46·미국 이름 홀리 호일 오브라이언·사진 왼쪽)와 신은숙 씨(44·미건 휴즈)는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 닥터스병원 4층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다 “둘 다 한국에서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한 환자의 말을 듣고 친해졌다. 두 사람은 성이 같다는 점을 주의깊게 보고 DNA 검사를 했고, 자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역 신문인 새러소타헤럴드트리뷴은 이 일을 지난 10일 비중있게 소개했다.

복남씨는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만 남겨두고 계모를 따라 두 살 아래 이복동생 은숙씨와 함께 야반도주했다. 양육을 포기한 계모는 두 자매를 보육원에 맡겼다. 은숙씨는 다섯 살이던 1976년 미국 뉴욕주 킹스턴으로, 복남씨는 아홉 살이던 1978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더로 입양됐다. 복남씨는 은숙씨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그는 1991년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딴 뒤 올해 1월 닥터스병원에 취직했다. 은숙씨는 2002년 간호조무사가 된 뒤 여러 병원을 거쳐 3월부터 닥터스병원에서 일했다.

자식 없이 홀로 살아온 복남씨는 이제 조카 두 명의 이모가 됐다. 그는 “뭔지 모르지만 내가 인생에서 좋은 일은 해 이런 기적이 온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은숙씨는 “내게 언니가 있다니, 하느님 세상에”라며 충격에 빠졌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