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되는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의 공개 리허설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15~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되는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의 공개 리허설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리는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를 연출하는 장 루이 그린다는 “무대가 풍기는 시적 정취를 강조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 그대로였다. 지난 13일 전막 공연으로 치러진 최종 리허설에서 미리 본 진주조개잡이는 장면마다 프랑스 오페라 특유의 서정성으로 가득했다.

본래 음악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작품이다. 공간을 채우며 굵직하게 뻗어나가는 바리톤 공병우(주르가 역)의 저음이 멕시코 출신 테너 헤수스 레온(나디르 역)의 맑은 고음과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대표적 테너·바리톤 듀엣곡인 ‘성스러운 사원 뒤에서’의 서정적인 선율은 뒷부분에서 수차례 변주되며 오페라의 낭만적 분위기를 이끌었다.

레온은 미성으로 손꼽히는 테너다. 직접 들은 그의 목소리는 ‘곱다’ ‘청아하다’ 등 소프라노를 수식할 때 쓰이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소년 같은 이미지가 강렬했다. 나디르가 무녀 레일라의 목소리를 들은 뒤 부르는 ‘귀에 익은 그대 목소리’ 등 주요 아리아와 듀엣곡에서 그의 목소리가 빛났다.

제작진이 앞서 밝힌 대로 대본에서 크게 벗어난 연출적 시도는 눈에 띄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성스러운 사원 뒤에서’ 듀엣곡에선 단순히 주르가와 나디르 두 인물만 등장했다. 최근 오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현대적인 무대 기법은 자제하고 원본을 충실하게 구현한 무대였다.

하지만 고루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국적 정취를 끌어올리는 안무와 군더더기 없는 소품 등이 세련되고 조밀한 인상을 줬다. 색조의 그라데이션(서서히 변화함)이 눈에 띄는 프랑수아즈 레이보의 의상도 연출의 완결성을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이야기 전개가 어색하다고 느껴진다면 오페라 자체가 내포한 결점 탓이다. 이 오페라 대본은 1863년 초연 이후 30년 뒤인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 무대에 오를 때까지 수차례 수정됐을 만큼 어설펐다. 지금도 음악에 비해 대본의 함량이 떨어지는 작품으로 자주 거론된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등 걸작을 합작한 모차르트와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의 ‘환상 결합’과 견주는 건 금물이다.

세계적 소프라노 나탈리 만프리노(레일라 역)의 가창이 다소 아쉬웠다. 1막 끝 부분에 나오는 나디르와 레일라의 이중창에서 여음을 남기지 않고 끊어내는 창법, 자연스럽지 않은 비브라토(음을 상하로 가늘게 떨어 아름답게 울리게 하는 기법)를 선보여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만프리노의 가창은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됐다. 18일까지, 1만~15만원.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