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사진은 1967년 구인회 LG 창업회장(왼쪽)이 금성사(현 LG전자) 부산 공장을 방문한 뤼브케 당시 서독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14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이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한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하는 장면. LG그룹 제공
왼쪽 사진은 1967년 구인회 LG 창업회장(왼쪽)이 금성사(현 LG전자) 부산 공장을 방문한 뤼브케 당시 서독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14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이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한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하는 장면. LG그룹 제공
1958년 설립돼 라디오 선풍기 등을 생산했던 금성사(현 LG전자)는 1960년대 초 전화교환기 적산전력계 등을 국산화하기로 했다. 구인회 LG 창업회장은 1962년 2월 모자란 기술과 자본을 얻기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공장 건설 계획만 가진 동양의 사업가에게 선뜻 돈과 기술을 줄 곳은 많지 않았다. 그런 구 회장에게 손을 내민 곳이 독일이었다.

후어마이스터사는 적산전력계 생산시설을 사겠다는 구 회장에게 무보증으로 500만마르크를 대주기로 했다. 그해 7월엔 지멘스가 전화기 생산시설 확장용으로 500만마르크를 빌려줬고, 후어마이스터사도 추가로 1200만마르크를 제공했다. 이렇게 독일 기업이 도와준 돈이 3390만마르크(약 850만달러)에 달했다. 금성사 한 해 수출액의 수십 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금성사는 2년 뒤인 1964년 11월 국산화율 25% 수준의 전화교환기 5000회선을 인천전화국에 납품한다. 이를 계기로 급성장했고, 1967년 3월 방한한 하인리히 뤼브케 당시 서독 대통령은 독일 차관으로 건설된 금성사의 부산 동래 온천동 공장을 찾았다.

50여년이 흐른 14일. 구 창업회장의 손자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을 맞았다. 가우크 대통령은 독일 통일 25주년을 맞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국빈 방한했다. LG 방문엔 다비드 길 대통령실 차관, 마티아스 마흐니히 경제·에너지부 차관, 울리히 디츠 GFT 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 등이 함께했다.

구 회장은 “1967년 뤼브케 대통령에 이어 독일 대통령이 또 와주셨다”며 “1960년대 독일에서 차관을 대줘 창업 초기인 LG전자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로 반갑게 맞았다.

구 회장은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장, 하현회 LG 사장 등 최고경영진을 총출동시켜 △태양광 모듈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모듈 △ 연료전지 △전기차용 모터와 인버터, 차량용 디스플레이 △대형 곡면 OLED TV 등을 일일이 소개했다.

독일은 LG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제품과 전기차 부품을 가장 많이 사주고 있는 나라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LG화학은 지멘스사와 ESS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으며 아우디의 차세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무인차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구 회장은 “협력 관계를 확대해 독일의 친환경 에너지 및 자동차산업 분야에서 LG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가우크 대통령은 “친환경 기술에서 LG가 혁신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고 답했다.

LG 관계자는 “독일 대통령이 다른 기업을 다 제치고 LG를 찾아온 건 독일 정부와 기업에서 관심이 많은 친환경 기술을 LG가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