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돈 받고 기사 쓴다고요?
‘돈 받고 기사 쓰나요?’

14일 아침 이메일을 열어 보니 이런 내용의 메일들이 눈에 띄었다. 14일자 한국경제신문 A2면에 실린 ‘영화 베테랑 본 어느 기업인의 잠 못 이루는 밤’ 기사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런 속 보이는 음험한 기사는 돈 받으시면서 쓰시나요? 반(反)기업 정서 때문에 창업을 안 하면 어쩌냐니…. 영화는 현실보다 덜하게 보여줬구먼’이란 메일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기사는 ‘베테랑’을 본 창업 1세대 기업인이 답답함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기업인을 죄인으로 모는 영화와 드라마가 판치는 상황에서 어떻게 기업가 정신이 꽃필 수 있으며 젊은이가 창업에 도전할 수 있겠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영화처럼 일부 기업인의 일탈은 종종 목격된다. ‘베테랑’도 2010년 범(汎)SK가(家)의 최철원 당시 M&M 대표가 탱크로리 화물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때렸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가 만나본 기업인은 돈을 펑펑 쓰고 마약 파티를 벌이기보다는, 휴일·휴가도 즐기지 못하고 심지어 돈 쓸 시간조차 없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기본적으로 돈을 버는 게 목표지만, 그들의 활동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한다. 기자는 그런 점을 알리고 싶었으나 오히려 반기업 정서의 벽이 높다는 걸 실감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벤처를 창업한 사람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신사업을 막는 정부 규제, 미약한 벤처생태계 등이 주된 이유지만 ‘사업가는 모두 부정부패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오해와 불신도 무시하지 못한다. 한 벤처기업인은 강의를 나갔다가 “왜 기업을 키우느냐”는 한 대학생의 질문을 받고는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영화는 사실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허구다. 하지만 그 영향은 매우 크다. 물론 기업인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미국에 반기업 정서가 많지 않은 건 록펠러, 카네기부터 빌 게이츠까지 이어진 부의 사회환원 전통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너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