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투자 세계 2위…연구현장 사기는 '바닥'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는 수치로만 보면 다른 나라가 부럽지 않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정부 R&D 예산은 2011년 14조8902억원에서 올해 18조8900억원으로 늘었다. 내년 R&D 예산 증가율은 0.2%로 뚝 떨어졌지만 2000년대 들어 매년 꾸준히 늘었다. 내년 R&D 예산은 18조9363억원으로, 미국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위다.

하지만 국내 연구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연구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미래부가 발표한 이공계 인력 개인실태 조사에 따르면 과학기술인의 복지후생 분야 직업만족도는 23.6%에 불과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에서도 한국 과학자가 국가에 매력을 느끼는 정도는 29위였다.

정부는 지난해 범(汎)부처 합동으로 연구몰입환경 조성을 위한 과학기술인 종합지원계획을 내놨지만 반년이 넘은 지금까지 현장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반응들이다.

이런 이유로 산업과 연관성이 있는 출연연과 기업 연구자 10명 가운데 6명은 고용 안정성과 명예, 연금을 이유로 대학으로 이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관되지 않은 과학 정책도 현장의 연구 분위기를 흐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정권에서는 녹색기술을 기조로 삼았다가 현재는 정보통신기술(ICT) 사업화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면서 일부 연구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수질 관리용으로 개발됐던 ‘로봇물고기’ 연구가 감사원으로부터 연구 성과가 부풀려졌다고 지적을 받은 것도 전시성 R&D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해야 연구자들이 노벨상 수상자들처럼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새로운 연구, 모험적인 연구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