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호주가 어제 워싱턴DC에서 고위관료급 회의를 열어 남중국해가 초국가적 해역인 만큼 항해와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수일 내 중국이 매립한 스프래틀리군도(난사군도) 인공섬의 12해리 해역 안에 미 군함을 통과시킬 것”이라며 “중국의 남중국해 활동이 주변국들을 미국편으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해군과 일본 자위대는 지난 11일 남중국해 안정을 목적으로 미·일의 역할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조지프 오코인 미군 7함대 사령관은 “미·일동맹을 활용해 군사적 측면만이 아니라 재해와 선박사고 등에서 아시아 지역의 여러 국가와 공조를 확대해가야 한다”고 밝혔다. TPP 합의 이후 전개되고 있는 아태지역의 새로운 안보 지형이다.

중국이 스프래틀리군도에 군사용 활주로와 등대 등을 갖춘 인공섬을 건설한 것은 2012년 이후다. 미국은 당시만 해도 중국의 반발 등을 고려해 이 지역의 정찰 활동을 중단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이 주변 국가들과 영유권을 다투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이 인공섬을 중국의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국제법을 들어 인공섬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해역과 상공에서 항해와 비행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군함과 군용기를 보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구체적인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은 TPP가 타결되고부터다. 남중국해는 TPP 가맹국인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나아가 일본과 직접 영토 관련성이 있다. TPP라는 경제동맹은 군사·안보동맹과 동전의 양면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함대 파견은 이들 TPP 가입 국가들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태평양지역의 안보를 보장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미-일-호주를 잇는 환태평양안보동맹은 TPP 경제안보동맹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베트남이 TPP에 동참한 것은 중국과의 영토문제도 감안한 것이다. 태평양에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