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Issue & Focus] 소니·이온·KDDI도 은행…'이종교배'가 인터넷은행의 성공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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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터넷은행 15년…소비자는 웃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철폐 이후
주택대출 등 가격파괴 바람
8개 인터넷은행 모두 흑자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철폐 이후
주택대출 등 가격파괴 바람
8개 인터넷은행 모두 흑자
![도쿄 금융가인 치요다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이온뱅크 앞.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알리는 현란한 광고판이 서 있다. 편의점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기업답게 은행, 보험, 투자신탁 등 종합 금융상품을 한자리에서 고를 수 있도록 한 게 이곳의 특징이다. 도쿄=박동휘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1510/AA.10680526.1.jpg)
일본 금융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태동할 당시 금융업 혁신을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5% 한도)을 없애는 결단을 내렸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회사인 소니를 비롯해 유통업계 1위 이온, 2위 통신사업자 KDDI 등 산업자본들이 잇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은행업에 진출했고, 이런 이종(異種)교배는 전례 없는 경쟁과 혁신을 불러왔다.
지난 13일 도쿄 치요다구 키오이초에 자리 잡은 인터넷전문은행 이온뱅크. 연 0.52%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는 광고판이 선명하게 걸려 있었다. 이온뱅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일본 내 80여개 은행 중 최저로, 연 1%대인 대형 미즈호은행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직원 44만명을 거느린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그룹이 2006년 100% 자회사로 설립한 이온뱅크는 전통 은행들의 텃밭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이처럼 거센 가격 파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경 Issue & Focus] 소니·이온·KDDI도 은행…'이종교배'가 인터넷은행의 성공 열쇠](https://img.hankyung.com/photo/201510/AA.10690595.1.jpg)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시장 주도로 시작됐다. 다이이치 마쓰오라는 실직 위기의 49세 은행원이 미국 이트레이드뱅크를 모방해 2000년 1월 e뱅크라는 신개념 은행을 설립한 게 시초로, 일본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지원자·조력자 역할에 머물렀다. 불과 2년 뒤 한국에서도 V-뱅크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처음 등장하려 했을 때 ‘은산분리’의 장벽에 막힌 것과 대조적이다.
이종교배가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 금융시장은 소비자 친화적으로 변했다. 연 1.99% 금리에 급전을 빌릴 수 있는 카드론이 등장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체수수료도 없어졌다. 미쓰비시UFJ 등 대형 은행들은 국내에서 돈을 벌기 어려워지자 더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경 Issue & Focus] 소니·이온·KDDI도 은행…'이종교배'가 인터넷은행의 성공 열쇠](https://img.hankyung.com/photo/201510/AA.10690596.1.jpg)
일본에선 2000년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및 경영을 제한하던 ‘은산분리 규제’가 사라지면서 은행업 내 ‘이종교배’가 시작됐고 상품과 서비스 혁신이 가속화했다. 요시카와 도루 지분뱅크 경영기획담당 집행임원(부사장)은 “그 결과 며칠씩 걸리던 통장 개설이 하루로 단축됐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와 각종 수수료도 바닥을 모르겠다는 듯 내려갔다.
![[한경 Issue & Focus] 소니·이온·KDDI도 은행…'이종교배'가 인터넷은행의 성공 열쇠](https://img.hankyung.com/photo/201510/AA.10685779.1.jpg)
출혈이라고 할 정도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8개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 모두 이익을 내고 있다. 1위인 스미신SBI넷뱅크는 예금 잔액이 지난 3월 말 기준 3조5760억엔에 달했다. 개업 3년째인 2009년에 23억엔의 경상이익을 낸 뒤 작년엔 그 규모가 150억엔을 넘어섰다. 대형 은행을 제외한 72개 은행 중에선 개인 대출액 기준으로 23위다. 라쿠텐뱅크의 2014 회계연도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73%로 국내 은행의 작년 말 평균(0.31%)의 두 배를 웃돈다.
전통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잇단 공세로 위기를 맞았다. 미즈호은행만 해도 올 상반기(3~9월) 일본 내 소매영업 실적이 적자로 전환했다. 기준금리가 연 0.05%로 제로에 가까워진 데다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으로 금리와 수수료를 줄줄이 내린 탓이다.
![[한경 Issue & Focus] 소니·이온·KDDI도 은행…'이종교배'가 인터넷은행의 성공 열쇠](https://img.hankyung.com/photo/201510/AA.10690610.1.jpg)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해서 안전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ATM을 통한 계좌이체 수수료 무료를 표방하며 빠르게 성장한 이온, 세븐일레븐뱅크는 최근 일본 내 전자화폐(e머니) 활성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한은행 일본법인(SBJ) 관계자는 “일본인의 현금 사랑은 여전해 ATM 활용률이 높긴 하지만 교통비 등 소액결제는 전자화폐로 이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점유율(자산 기준)은 아직 3% 수준이다. 노시타 나오키 모바일NFC협회 사무총장은 “최근 20~30대의 스마트폰 활용이 빈번해지면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