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모처럼 주말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복합 쇼핑몰 ‘메세나폴리스’를 찾았다. 오후 1시쯤 도착해 간단히 허기를 때우고 영화(롯데시네마)를 관람한 후 패션 브랜드숍을 쇼핑했다. 중앙 광장에서는 밴드 공연이 한창이었다. 틈틈이 휴식을 취하면서 이동 동선을 따라 펼쳐진 플리마켓(벼룩시장)까지 구경을 마치자 어느새 다시 허기가 느껴졌다. 오후 6시, 저녁 식사 후 지하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본 뒤 그제야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구름 인파와 활성화된 상권에 놀랐고 그곳이 다름 아닌 메세나폴리스라는 사실에 또 놀랐다.
지난 9월 28일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인파가 붐비는 메세나폴리스.
지난 9월 28일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인파가 붐비는 메세나폴리스.
대형 마트 입점 늦어지며 ‘휘청’

사실 메세나폴리스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복합 쇼핑몰이다. 2012년 6월 준공된 메세나폴리스는 4만176㎡에 달하는 대규모 상업 시설과 주거 시설 3개 동, 오피스 1개 동으로 구성됐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일본 대표 복합 상업 시설인 ‘롯폰기힐스’를 모델로 한 신개념 직주 복합 상품이 바로 메세나폴리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소 높게 측정된 가격(전면 점포 기준 보증금 1억 원, 월세 4000만 원대)이 부담으로 작용해 시장의 반응은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핵심 시설인 ‘홈플러스’의 입점 지연도 미분양 우려에 불을 지폈다. 당초 홈플러스는 2012년 8월 입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2012년 12월)가 발목을 잡았다. 망원시장과 공덕시장 등 주변 전통시장 상인들이 전통시장 침체를 이유로 입점을 반대하고 나서자 표를 의식한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상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홈플러스 개점은 보류됐다.

이와 관련해 GS건설 한 관계자는 “당시 법률상 500m 내 전통시장이 자리하면 대규모 점포 등록을 해주지 않도록 돼 있었는데 메세나폴리스와 전통시장의 거리는 700여m였다”면서 “문제없이 인허가까지 다 받았지만 대선을 앞둔 가운데 여론이 들끓자 홈플러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세나폴리스는 직격탄을 맞았다. 홈플러스를 고려해 입점과 입점 시기를 계획했던 임차인들이 들고일어선 것이다. 일부 임차인들은 심지어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합의는 해를 넘겨 2013년 2월 서울시의 중재로 이뤄졌다. 당시 홈플러스는 15개 품목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인근 망원역에 자리한 익스프레스 망원점도 폐점하기로 했다.

상가 위에 입주한 아파트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임대주택 77가구를 저층(4~10층)에 몰아 배치해 엘리베이터를 따로 이용하도록 하고 단지 편의 시설 사용을 제한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임대주택 입주민 차별 논란은 급기야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메세나폴리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8월에는 영화관 ‘롯데시네마 합정’의 상영관 입구 천장 마감재(가로 2m, 세로 1m)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 관객 2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천장에서 새어나온 물을 먹은 석고보드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부실 공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며 메세나폴리스의 이미지는 또 한 번 실추됐다.

이처럼 잇단 악재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던 메세나폴리스가 보란 듯이 ‘백조’로 거듭났다. 전체 242개 매장 중 1~2개 제외한 모든 매장이 주인을 찾았고 상권 활성화(일평균 유동인구 2만5000여 명, GS건설 집계)에 따른 매출 증가도 눈에 띈다. 실제로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고 식음료(F&B) 브랜드인 ‘생어거스틴’은 일 400만~500만 원대의 준수한 매출을 보이고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메세나폴리스 상권의 가장 큰 장점은 굴곡 없이 주 7일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GS건설이)지난 3년간 몰을 관리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세나폴리스는 시공사인 GS건설과 일본 부동산 개발 업체 모리사가 손잡고 전문 상업 시설 운영 법인 ‘G&M’을 설립해 운영·관리 중이다. G&M은 홍보 마케팅부터 트렌드 조사, 시설 관리, 입·퇴점 관리, 매출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총괄한다. 특히 철저한 업종 관리는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입점하는 업체의 업종이 겹치지 않도록 상가 업종 구성(MD)을 깐깐하게 관리하는 동시에 유명 업체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각에서는 과도한 간섭(?)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과론적으로 GS건설의 철저한 MD 관리 전략은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점에 성공한 홈플러스를 비롯해 롯데시네마·롯데아트센터·유니클로·지오지아·TGI·스타벅스·아티제·엔제리너스·생어거스틴 등 다양한 유명 브랜드 유치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유동인구의 발길도 붙잡았다. 홍일영 GS건설 메세나폴리스 상업시설 분양소장은 “특히 홈플러스와 영화관(롯데시네마)·공연장(인터파크) 등 핵심 시설에 대해 임대가 아닌 매각에 성공하면서 나머지 점포 입점도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피스동 통째로 매각해 ‘숨통’

여기서 한 가지. 메세나폴리스 매각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업무 시설인 오피스동(지하 7층~지상 32층)을 ‘세아제강’에 통째로 매각한 것이다. 철강 업체인 세아제강은 메세나폴리스에 통합 사옥을 꾸려 서울 도심에 흩어져 있던 계열사들을 불러 모았고 1800여 명에 달하는 직원들은 메세나폴리스(상업 시설)의 주중 상권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오피스동 통매각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세아그룹과 GS그룹의 가까운(?) 관계가 한몫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의 맏딸은 허승효 알토 회장의 아들과 결혼했고 허 회장은 GS그룹 창업주의 6남이다. 이와 관련해 GS건설 한 관계자는 “세아와 사돈지간으로 알고 있다”며 “완전히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피스동 매각은 별개로 진행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GS건설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홍보·마케팅도 전개했다. 초기에는 박효신·이승환 씨 등 인기 가수들의 공연을 중심으로 이벤트를 진행해 집객력을 높였다. 일본의 거리 미팅 ‘마치콘’을 벤치마킹해 맛집 탐방과 미팅을 결합한 메세나폴리스 마치콘 행사가 대표적이다. 20~30대 싱글들을 겨냥해 여름·겨울·크리스마스 등 시즌마다 개최된 대규모 미팅 이벤트는 메세나폴리스를 대표적인 미팅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주말에는 플리마켓도 유치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유명 연예인 거주…한류 스타 효과도

또한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는 협곡형 동선 설계도 이동의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집객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홍 과장은 “사실 단순히 먹을거리들로만 상가를 채웠다면 더 빨리 완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밥만 먹고 영화만 보고 그대로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몰을 계속 돌아보도록 곳곳에 장치를 마련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집객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탄력 받은 메세나폴리스의 질주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활성화된 메세나폴리스 상권은 손 바뀜이 많지 않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세나폴리스 상가는 ‘선임대 후분양(임차인을 우선 확보한 뒤 투자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으로 분양했다. 선임대 기간은 통상 5년. 계약 상황에 따라 짧으면 3년에서 길면 15년까지 차이가 벌어지는데 유니클로(10년)·맥도날드(15년) 등 핵심 시설이 장기 계약을 체결했고 홈플러스와 롯데시네마는 완전 매각된 상태다. 개인보다 기업 임차인이 많다는 점도 손 바뀜이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하철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과 바로 연결된 뛰어난 입지 여건 덕분에 유동인구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패션·문화·유흥 등 멀티 상권으로 유명한 홍대입구역 상권이 합정역 일대까지 확장되고 있고 인근 상수동 일대 디자인·출판 기업 중심의 오피스 수요를 기반으로 한 카페거리가 차별화된 상권을 키워 나가고 있다는 점도 희소식이다. 현재 추진 중인 아현·가재울뉴타운 등 인근 도시 정비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수요 급증도 기대해 볼만하다. 이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메세나폴리스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한류 스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어렵게 상권이 활성화된 만큼 쉽게 꺾이지 않을 조건들을 갖췄다”면서 “지붕이 없어 우천에 취약(매출에도 영향)하다는 게 유일한 약점이라면 약점이지만 이조차 운치 있다고 받아들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 BUSINESS 1036호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