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와 어울리는 와인 좀 추천해 줄래?"…사람 말 알아듣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
“시저샐러드에 어울리는 저렴한 화이트와인 추천 부탁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인 와인슬루스(vinesleuth)는 사용자가 원하는 가격대나 맛을 말하면 와인을 추천해준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려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 직원이 한 명뿐인 스타트업 와인슬루스가 이 같은 앱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을 빌린 덕이다.

미국 CNN머니는 IBM이 인공지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자사 프로그램을 빌려주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인공지능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유명 정보기술(IT)기업이 앞다퉈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로봇, 자율주행차 등의 ‘뇌’ 역할을 하는 미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구글은 사진을 인식해 완전한 문장으로 묘사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지난해 말 선보였다. 사진을 업로드하면 “테이블 위에 피자가 두 개 놓여 있다”고 물체의 명칭과 숫자까지 표현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흐릿하거나 정면이 아닌 얼굴사진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인 ‘딥 페이스’를 개발했다. IBM의 왓슨은 환자의 증세를 듣고 의사에게 진단법을 추천해준다. 지난 5월부터 미국 14개 암 치료센터에서 왓슨을 활용한 암 치료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정도다.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독자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려는 IT업체의 경쟁도 뜨겁다. 구글은 지난해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6억달러(약 6700억원)에 인수했다. IBM, 페이스북도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인수 제안가가 낮아 고배를 마셨다. 애플은 10월 인공지능 스타트업 퍼셉티오를 인수했고, 그 전에 음성인식 스타트업 ‘보컬IQ’도 인수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 전문가 평균 급여가 이 지역 근로자 평균 급여보다 40% 이상 높을 정도로 인재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IT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스타트업이나 전문가의 몸값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