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대한민국 미래없다] 옥석 구분없이 대출 퍼주기…'좀비기업 인공호흡'에 수천억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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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태계 깨뜨리는 무분별 지원
한번 지원 늘리면 못 줄여…정부대출보증 80조 훌쩍
중소기업에 많은 돈 흘러가
과도한 지원이 퇴출 막아…빚으로 연명 부실기업 늘어
산업 생태계 망가뜨려
한번 지원 늘리면 못 줄여…정부대출보증 80조 훌쩍
중소기업에 많은 돈 흘러가
과도한 지원이 퇴출 막아…빚으로 연명 부실기업 늘어
산업 생태계 망가뜨려
2004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냈다. 중소기업 분야에서 첫 번째 지적한 것은 과도한 신용보증이었다. IMF는 “대만의 신용보증은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이지만 한국은 4%에 이른다. 과도한 보증은 중소기업 부문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10여년이 지났다. 공공기관의 빚보증은 줄지 않고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위기 때마다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신용보증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과 함께 중소기업 지원제도도 557개에 이르고, 직접 지원하는 예산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는다. 중소기업 지원이 과거 농업 지원처럼 성역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도한 보증 “고용 투자 악영향”
건설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장은 작년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경쟁사가 상식 이하의 가격에 제품을 내놔 수익성을 높일 수 없었다. 알아보니 정부의 저리 자금을 끌어다 쓰며 겨우 살아가면서 저가에 제품을 내놓고 있었다. 결국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적정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A사장뿐 아니라 우량한 많은 기업이 이런 기업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를 가능케 하는 주범으로 정부의 과도한 신용공급을 꼽는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2008년 리먼브러더스발(發) 금융위기 등 위기 때마다 보증을 늘렸다. 그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기금 등 정부의 보증 잔액은 80조6400억원에 이르렀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보증을 합치면 100조원에 육박한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가 수습되면 비상대책 수단으로 쓴 보증을 줄여야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줄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40만개에 달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모두 반대편으로 돌려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윤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과도한 신용보증 공급은 한계기업의 퇴출을 막아 전체 산업계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과다한 신용보증은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신용보증으로 인해 부실기업의 자산이 늘어나면 정상적인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보증은 금융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 전체 대출에서 보증을 받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4.27%에 달한다. 미국 3.0%, 영국 0.37%, 스페인 2.8%에 비해 월등히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7% 정도다. 과도하게 높은 보증 대출은 민간 금융회사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막고 있다.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낮아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자도 못 갚는 기업 6곳 중 1곳
정부가 보증 없이 지원하는 직접 금융지원이 부실기업으로 흘러간다는 비판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4년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6개 융자사업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 중 17.4%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라고 밝혔다. 작년 한 해만 6776억원이 한계기업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데 쓰였다는 얘기다.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의 비율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평균 10.9%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기업에 대한 반복적인 융자 지원은 정책자금에 의존해 생존하는 기업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은 올해부터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이상인 기업에 지원한다’는 단서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융자사업 가운데 일부 사업에선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이 30%에 달하고, 2회 이상 지원을 받는 기업도 상당수여서 융자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보증과 직접금융 지원을 포함해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수백개에 달하는 중소기업 정책과 그동안 정부가 쏟아부은 수백조원의 자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점검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 수는 550개가 넘고,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에 들어간 정부자금은 253조원에 이른다.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중소기업도 123만개다. 그러나 여전히 중소기업들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
○과도한 보증 “고용 투자 악영향”
건설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장은 작년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경쟁사가 상식 이하의 가격에 제품을 내놔 수익성을 높일 수 없었다. 알아보니 정부의 저리 자금을 끌어다 쓰며 겨우 살아가면서 저가에 제품을 내놓고 있었다. 결국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적정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A사장뿐 아니라 우량한 많은 기업이 이런 기업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를 가능케 하는 주범으로 정부의 과도한 신용공급을 꼽는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2008년 리먼브러더스발(發) 금융위기 등 위기 때마다 보증을 늘렸다. 그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기금 등 정부의 보증 잔액은 80조6400억원에 이르렀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보증을 합치면 100조원에 육박한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가 수습되면 비상대책 수단으로 쓴 보증을 줄여야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줄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40만개에 달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모두 반대편으로 돌려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윤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과도한 신용보증 공급은 한계기업의 퇴출을 막아 전체 산업계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과다한 신용보증은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신용보증으로 인해 부실기업의 자산이 늘어나면 정상적인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보증은 금융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 전체 대출에서 보증을 받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4.27%에 달한다. 미국 3.0%, 영국 0.37%, 스페인 2.8%에 비해 월등히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7% 정도다. 과도하게 높은 보증 대출은 민간 금융회사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막고 있다.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낮아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자도 못 갚는 기업 6곳 중 1곳
정부가 보증 없이 지원하는 직접 금융지원이 부실기업으로 흘러간다는 비판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4년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6개 융자사업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 중 17.4%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라고 밝혔다. 작년 한 해만 6776억원이 한계기업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데 쓰였다는 얘기다. 이자보상배율 1 이하 기업의 비율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평균 10.9%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기업에 대한 반복적인 융자 지원은 정책자금에 의존해 생존하는 기업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은 올해부터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이상인 기업에 지원한다’는 단서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융자사업 가운데 일부 사업에선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이 30%에 달하고, 2회 이상 지원을 받는 기업도 상당수여서 융자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보증과 직접금융 지원을 포함해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수백개에 달하는 중소기업 정책과 그동안 정부가 쏟아부은 수백조원의 자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점검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 수는 550개가 넘고,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에 들어간 정부자금은 253조원에 이른다.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중소기업도 123만개다. 그러나 여전히 중소기업들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