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벨상 수상? 10년, 20년 걸릴지도 몰라"
“한국의 노벨상 수상? 10년, 20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 UC샌타바버라 교수는 “한국도 기초과학에서 (노벨상 수상 같은) 성과를 내려면 씨를 뿌린다는 마음으로 오랜 기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재팬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어떻게 혁신을 이룰 것인가’란 주제의 특강을 마친 뒤 기자가 한국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묻자 “노벨상 수상은 기초과학에 대한 사회적 투자의 결과라기보다 개인적 노력의 성취에 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장기간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다만 액수가 아닌 기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연구가 결실을 보기 위해선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내 경우도 액수는 적었지만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자금이 지원됐기 때문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1989년 청색 LED 연구를 시작해 노벨상 수상으로 공로를 인정받기까지는 25년이 걸렸다.

그는 일본의 대학과 교육, 기업시스템에 대해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 박사 학위를 갖고 있지 않으면 연구자가 아닌 단순 기술자로 폄하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 그는 “명문대와 대기업에만 집착하는 교육시스템과 엘리트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로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며 “한국도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영어를 비즈니스 언어로 공용화해야 한다”며 “아무리 뛰어난 제품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이를 세계시장에서 직접 알리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장에는 500여명의 청중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강연과 질의응답이 끝나고 이어진 리셉션에선 나카무라 교수와의 일문일답과 동반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이날 특강에 참석한 한국 대기업 관계자는 “나카무라 교수의 일본 비판은 한국도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라며 “그래도 일본은 집념의 과학자 한 명이 이룬 업적을 인정하고 이를 격려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